입력2006.04.01 22:21
수정2006.04.01 22:24
삶의 지혜와 교훈이 담긴 중세 최고의 성인우화 "여우 르나르"(보몽 엮음,노진택 옮김,문학과의식,8천원)가 국내에 소개됐다.
청산유수같은 말솜씨에 두뇌회전이 빠른 여우,그에게 늘 속아넘어가는 어리숙한 이리,둘 사이에서 재판을 맡는 사자,꿀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곰,허영심 많은 수탉...
숲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장난을 거듭하던 여우는 어느날 이리의 집에 갔다가 이리의 아내와 동침하게 된다.
이를 알고 노발대발하는 이리.
아내는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여우의 굴로 달려간다.
그러나 꼼짝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보기좋게 또 당한다.
급기야 재판이 열리고,왕인 사자는 여우를 소환하기 위해 곰을 보내지만 미련한 곰 역시 처참한 꼴로 당하고 만다.
우여곡절끝에 나타난 여우 앞에서 다른 동물들이 한마디씩 한다.
그 말들이 모두 포복절도할 코미디다.
여우가 죄를 고백하고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난 뒤에도 동행한 당나귀와 양의 희비극은 계속된다.
이 작품은 라 퐁텐 우화와 더불어 프랑스 중세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훈시 형식을 빌려 동물들의 활약을 그리면서 설화의 미덕까지 겸비했다.
11세기 이후 민간에 전승되어온 우화를 12세기 무렵 서사시로 정리한 것.
여우의 지혜와 이리의 탐욕 등 세상의 높낮이를 함께 비추는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현대사회의 허실을 가볍고 유쾌하게 풍자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