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담론과 에로스의 미학,수많은 철학살롱과 카페,지성과 예술의 향기가 끊이지 않는 문화의 보고...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의 신작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이광주 지음,다른세상,1만4천원)는 유럽문화의 중심지로 우리를 깊숙이 유혹한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빛과 프로방스의 붉은 포도주향이 한꺼번에 묻어나는 책. 읽는 즐거움과 사색의 여유가 행간 가득 담겨있다. 몽테스키외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난 뒤에 남긴 "페르시아의 편지"처럼 이 책은 깊이있는 사유의 창으로 유럽문화의 다양한 무늬를 비춰준다. 1부 "유럽의 정념"에서 저자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통해 그리스 사람들의 열정을 재생시키고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영원한 메트로폴리스인 로마의 색채를 되살려낸다. 베네치아에서는 그곳을 다녀간 문화예술인들의 향기를 새롭게 음미한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베네치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성 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그리고 플로리안은 그 광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이다. 그러므로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모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카페 플로리안은 프랑스의 여류작가 조루주 상드와 그의 연인인 시인 뮈세,스탕달과 로시니,바이런과 셸리 등이 단골로 드나들었던 곳. 그는 한낮의 태양이 빛나는 피렌체에서 "비너스가 다스리는 그 거리거리를 배회하며 나의 마음은 어느덧 토함산에 자리한 십일면 관음보살,보현보살,문수보살에게 자꾸만 향하고 있었다"고 읊조린다. 2부 "살롱과 카페 이야기"중에서 18세기 탕생 후작 부인의 살롱 얘기는 특별하다. 철학자 달랑베르의 어머니이기도 한 탕생 부인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읽고 크게 감동해 초판 5백부를 몽땅 사들여 친지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녀의 살롱에는 퐁트넬을 비롯해 미라보,프레보,몽테스키외,볼테르 등이 단골로 드나들었는데 그들은 그 살롱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낭독했다. 오늘날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서 열리는 시.문예작품 낭송 모임은 이 탕생 부인의 살롱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들 살롱과 우리의 사랑방 문화를 비교하며 "담론의 공간"으로서 동서양이 얼마나 다른가를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 세련된 취미와 문화를 만드는 살롱,문벌과 학통을 축으로 비슷한 부류들끼리만 모여 가부장적이고 당파적인 모임을 가졌던 사랑방. 그는 오늘날 이땅의 엘리트 계층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말씀 꼬집는다. 3부 "유럽,담론하는 공동체"에서는 책과 백과사전,문명의 숲에 관한 성찰을 나직하게 들려준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