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식 따라가기를 지양하고 하루빨리 하키스틱(Hockey Stick) 환상에서 벗어나라.신규사업은 문어발식보다 지네발식이 바람직하다" '기업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통하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9일 이색적인 비유를 들어가며 한국기업의 문제점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용성 회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조찬간담회에 참석,'구조조정과 국가경쟁력'이란 주제강연을 통해 우리 기업들은 경쟁업체가 하면 무조건 따라하는 '들쥐식 투자' 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키 스틱'의 모양처럼 바닥을 쳤으니 멀지않아 당연히 나아지겠지 하는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으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들쥐식 따라하기=우리 기업들은 누가 잘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따라갔다. 석유화학 화섬 철강 조선 등은 물론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과잉설비가 이를 방증한다. 우리는 80년대 중반 일본이 세계를 제패할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을 모방하는 데 열중했다. 당시 미국은 열심히 구조조정을 했다. 결과는 어떤가. 10여년간의 구조조정을 끝낸 미국은 경제를 확실하게 회복시켰다. 반면 일본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다. 10년을 잃어버린 셈이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당했다. 대우그룹 23조원 부실은 종전의 1백58억달러(20조5천억원)라는 기네스 북의 기업부실규모 신기록을 깼다. 구조조정은 단순히 사람을 자르고 줄이는 감량경영만이 전부인 것처럼 오해하는 데 실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지네발론=지네발은 적게는 30개,많게는 3백40개에 대한다. 숫자에서 문어발(8개)과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지네발은 얽히고 설켜서 서로를 옭죄는 문어발과 달리 일사분란하게 목적지를 향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기업들의 신규사업 진출도 마찬가지다. 핵심역량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모아진다면 문제될게 없다. 미국의 GE는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시비하지 않느다. 잭웰치라는 출중한 CEO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계열사들이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에 세계 최고기업이 됐다. 지네발식 투자는 오히려 권장해야할 사항이다. 하키스틱 환상론=우리 모두가 하키스틱 환상에 빠져있다. 하키스틱의 모양처럼 바닥을 짧게 친 뒤 무한정 올라간다고 보면서 자신의 일을 낙관하는 것이다. "바닥만 치면 불과 6개월 뒤에 우리 회사는 살아난다"는 환상이다. 금강산 사업의 실패도 이런 환상에서 나온 것 같다. 하키스틱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바닥에서 길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무엇보다도 "현금이 왕"이라는 생각을 해야한다.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 등은 다 공허한 소리다. 기업의 생존여부는 현금이 결정한다. 두산은 코카콜라 등에 땅을 팔 때 공시지가가 얼마인지 따지기 보다 현금으로 얼마나 받을 것인가에 신경썼다. 우리 기업들은 컨설팅회사로부터 전투가 아닌 전쟁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 정부도 장관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는 "신제품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