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독점금지법 위반사건에 대해 미국 항소법원이 내린 판결은 여러가지로 주목해 볼 점들이 있다. 이번 판결로 MS로서는 일단 회사분할이라는 극약처방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경쟁정책의 방향이라든지 정보기술 산업계의 경쟁판도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의 요지는 윈도 운용체계(OS)시장의 독점유지를 위한 MS사의 반경쟁적 행위는 인정하되,2차시장인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의 독점화 기도라든지 특히 이 과정에서 윈도와 익스플로러를 연계시킨 전략의 반경쟁성 부분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MS사의 회사분할 명령이 기각된 것은 바로 후자쪽에 대한 의문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을 미국의 기술패권 전략 차원에서 보기도 하지만 반MS진영 기업이 미국내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면 다소 무리한 해석인 듯 싶다. 굳이 정치적 배경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부시행정부의 친기업정책 정도가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중립적 입장에서 봐도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사실 이번 경우처럼 소트웨어분야의 프로그램 통합에 대해 후생적 효과를 명확히 따지기는 힘들다. 기술혁신적 동기나 전략적 이유가 복합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는 반경쟁적인 측면이 있으면 그 행위만 가려낼 일이지 이를 빌미로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소프트웨어 산업의 빠른 기술혁신을 제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취지가 엿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MS사는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새로운 운영체계 윈도 XP를 기초로 소위 닷넷전략이라는 이름하에 신규 통합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소프트웨어와 PC분야에 새로운 활력이 기대된다는 분석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이런 MS사의 움직임은 일단 경쟁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MS사의 운영체계 시장 독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이것은 MS사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칫 윈도 XP를 시작으로 새로운 소송이 전개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MS사가 윈도 운영체계의 개방성을 높여 나간다면 이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 결국 신기술 산업의 경쟁정책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이번 판결로 MS사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산업계는 새로운 위협과 기회의 환경에 직면한 셈이다. 국내 관련 업계가 이번 판결에서 읽어야 할 것도 바로 이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