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부채공화국'과의 단절 ..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은행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올 3월말 현재 정부와 기업,개인 등 경제 3주체의 금융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명목 국민 총소득(GNI)에 대한 금융부채의 비율도 전분기 1.93배에서 1.97배로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환란 이전처럼 부채가 또 다른 부채를 낳는 만성적인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며 다시 "부채공화국"의 길목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성적인 차입경영 풍조가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부채축소를 위한 노력과 경각심의 제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급격한 부채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나마 생산적 활동과 연계된다면 다행스럽기도하다.
그러나 최근의 증가세는 신규투자가 아닌 운영자금 조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금융 기피현상이 만연해 가계대출을 중심축으로 해 대출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이 대다수 은행의 공통된 행태임을 고려할 때 그 부작용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 금융기관 원화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98년말 35%에서 지난 3월말 49%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말 1백8만명의 신용불량자가 기록을 삭제했는데도 불구하고 5월말 현재 신용불량자가 2백50만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각 금융기관이 가계대출제도를 재점검해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나 감독기관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경제 3주체의 금융부채뿐만 아니라 정부의 부채 또한 그 절감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은 지대하였지만 현시점에서 우리의 재정여건은 상당히 나빠져 재정위기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향후 엄청난 재정부담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으며,복지재정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조짐이 여러 분야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객관적인 진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운용방향을 다각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국민경제가 세계시장에 완전히 개방되어 있고 또 대규모 재정지출의 필요성이 예고없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부담 여력이 감소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미연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관계가 예상하지 않는 방향과 속도로 급변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우리네 사정을 고려할 때 재정운영의 신축성이 제약받는 상황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채무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인식하고 현금주의 회계에만 의존함으로써 재정건전성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다수 전문가들은 갖고 있다.
정부부문의 재정건전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현행 IMF 방식의 협의의 정부채무에서부터 중앙 및 지방정부,중앙은행,사회보험 등의 채무를 포함하는 중간범위는 물론 금융 및 비금융 공기업,정부투자기관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정부채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여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채무 감축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원활한 통화정책의 운용을 위하여 다양한 통화지표가 활용되고 있는 것처럼,재정위기의 극복과 재정운용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재정지표의 작성 및 투명한 공개가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현금주의로는 재정의 실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회보험기금에 대해서는 발생주의를 적용하여 국민들에게 재정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고,구조적 문제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전준비를 충분히 해야 할 것이다.
최근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IMF의 정부채무범위에도 사회보장제도와 채무보증으로 인한 잠재채무도 계량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가능한 항목에선 기업처럼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때 최소한의 국민부담으로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기약할 수 있다.
재정이 투명하여 경제가 신속하게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국민 개개인의 가슴에 함께 할 때,구조조정의 고통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mw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