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는 웃고 유럽계는 울고'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에 자본참여했던 해외금융회사들의 희비가 확실하게 엇갈리고 있다. 올 상반기가 마감된 지난달 29일의 주가로 따질 때 골드만삭스 칼라일펀드 등 미국계 금융회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반면 코메르츠방크 ING베어링 등 유럽계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평가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국내 은행에 투자한 후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미국계 투자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국민은행 주식 3천3백17만여주를 주당 1만2천원에 샀다. 지난달 29일 국민은행 주식종가는 1만7천4백50원으로 골드만삭스는 1천8백8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 주식 1천6백96만주가량과 바꿀 수 있는 2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보유하고 있다. 이 CB의 주식전환가격은 1만3천8백2원이기 때문에 29일 종가와 비교하면 6백1억원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2년 남짓한 사이에 2천4백억원의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는 지난해 12월 한미은행에 4천4백47억원을 출자한 미국계 칼라일펀드. 이 펀드도 출자한지 반 년만에 한미은행 주가상승에 힘입어 지난달 29일 현재 1천2백75억3천만원의 평가익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계 투자회사들과 달리 유럽계 투자회사들은 대부분 손실을 내고 있다. 독일코메르츠 방크는 지난 98년이후 외환은행에 모두 9천9백48억원을 액면가에 출자했다. 그러나 지난해 2대1 감자(감자.자본금줄임)를 당한데다 주가도 액면가를 넘지못해 29일 현재 6천1백5억원의 평가손을 기록하고 있다. 주택은행에 출자한 네델란드의 ING베어링도 손실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 회사는 주당 3만3천5백원에 주택은행 주식 1천90만여주를 샀다가 현재 4백79억여원의 평가손을 입고 있다. 유럽계 출자자중에서는 하나은행에 투자한 독일 알리안츠그룹만이 가까스로 이득을 보고 있다. 알리안츠는 주당 8천9백원에 샀던 하나은행주식이 최근 9천5백원까지 올라 87억원의 평가익을 기록중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유럽계 회사는 방카슈랑스 합작 등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