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밸리GC의 김헌수(50) 대표이사 부사장은 서울 일원동에 있는 집을 놔두고 파주 봉일천에 "딴 살림"을 차렸다. "처음엔 부인한테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그는 새벽같이 출근해야 하는데다 집무실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딴 살림 차리기를 택했단다. 요즘같이 날이 일찍 새는 계절엔 새벽 5시쯤이면 사무실로 출근한다. 하루 일과는 18홀짜리 서원밸리를 9홀씩 번갈아가며 돌아보는 일로 시작한다. 골프복 대신에 작업복을 걸치고 모자를 쓴 채다. 더러는 회원들이 그를 불러 "핀을 왜 이렇게 어려운데 꽂아뒀느냐"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럴 때면 회원들의 얼굴을 모를리 없지만 모른 체하고 죄송하다는 한마디로 회원들을 달랜다. 한번은 새가 떨어뜨린 "배설물"을 담배꽁초로 알고 손으로 집었다가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단다. 김 대표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2년. 삼성에 입사해 13년차였던 그는 당시 안양CC(현 안양베네스트GC)의 총무영업과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어려운 분들"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아무도 자원하지 않았던 곳에서 5년동안이나 서비스 극대화를 위해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하드트레이닝"을 받았다. 골프장업계의 태동기였고 서비스에 대한 개념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88년엔 삼성이 신원개발을 인수하면서 함께 넘겨받은 부산 동래CC(현 동래베네스트GC의 지배인을 맡아 "안양"같은 분위기의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94년엔 경기CC의 상무로 스카우트돼 전무까지 거쳤고 지난 99년말 대보종합건설(회장 최등규)에서 서원밸리를 인수하면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안양에서 기본기를 익혀 동래에서 실험한 다음에 경기에서 꽃을 피운 결과 서원밸리의 총책임을 맡게 됐습니다" 이번엔 "열매"를 맺을 차례라는 강한 의지를 담은 말이다. 서원밸리에 들어서면 여느 경비원 대신에 여직원이 다소곳이 인사를 건넨다. 연습그린엔 퍼팅용 헌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홀마다 깃발에 철심을 넣어 비가 내려도 잘 보이도록 했다. 먼저 라운드를 마치고 뒷팀을 기다리는 동안엔 대식당에서 마술묘기도 보여준다. 더러는 경기CC 시절에 도입했던 아이디어도 있다. 혹서기에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폭우 등으로 3홀밖에 못돌았을 경우엔 그린피를 돌려주고, 4~9홀을 돈 경우엔 9홀값만 받았다. 20명의 캐디(경기보조원)를 선정해 일본에 연수 라운드를 보내기도 했다. 일명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비스체험 골프"다. 그 결과 외환위기 첫 해인 98년에도 다른 골프장의 내장객은 20%이상 줄어들었지만 경기CC는 오히려 10%나 늘어났다. 이처럼 김 대표가 새로 도입한 아이디어는 70가지가 넘는다. 심지어는 서비스매뉴얼마저 아예 없애버렸다. 자주 오는 회원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난 친절을 베푸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그에겐 "CC(골프장) 마케팅의 귀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날마다 아이디어에 매달리는 그도 "그동안 "명문"과 "영업"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다들 명문골프장을 지향하지만 오너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싫증나지 않고 인간미 넘치는 골프장을 만드는데 매진하겠다"는 그는 "작년에 이어 오는 9월 골프장콘서트를 열 계획이며 앞으로 봄.가을 휴장일엔 회원 가족들에게 결혼식장으로도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27일로 개장 1주년을 맞은 서원밸리는 내년 9월께 9홀짜리 퍼블릭코스도 열 계획이다. 또 지난 3월 30명에게 회원권을 2억5천만원에 분양한데 이어 오는 9월에는 3억원에 20명을 추가모집할 예정이다. 정작 동래CC로 가서야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했다는 그의 핸디캡은 18.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 --------------------------------------------------------------- < 프로필 > 생년월일 : 1951년 6월26일 학력 : 마산상고.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경력 : 70년 제일모직 입사 77년 삼성물산 재무회계팀 82년 안양CC 총무영업과장 88년 동래CC 지배인 94년 경기CC 상무 99년 서원밸리GC 대표이사 별명 : 호기심천국 골프 핸디캡 : 18 가족 : 부인 전희숙 외 1남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