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지구상의 전체 물 중 97%는 소금이 섞인 바닷물이고,2%는 빙산이나 지하수이고,나머지 1%만이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물이다. 이러한 귀중한 물을 가장 잘 사용한 예로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들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큰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는 지난 1900년 인구 10만명에 불과했었는데 5년 이내에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자,물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됐다. 당시 상황으로 25만명 정도까지만 물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수자원국의 기술자이며 관리자였던 윌리엄 멀홀란드는 거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2백30여마일이나 떨어진 시에라산맥의 동쪽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이었다. 5천여명이 5년간 공사를 해서 1913년 드디어 완성을 한다. 이것이 바로 캘리포니아의 첫번째 수로(水路:aqueduct)이다. 그 후 북쪽의 세크라멘토에서 남쪽의 샌디에이고까지 연결시켜 물을 공급함으로써,원래 건조지역이었던 캘리포니아를 국제적으로 가장 경쟁력있는 농업 및 산업지역으로 바꿔 놓았다. 캘리포니아 수로 건설은 또 다른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가뭄과 홍수 피해를 최소화시켰을 뿐 아니라,댐 건설을 이용해 수력발전을 일으켰고,낚시나 수영 등 물과 관련된 오락시설을 제공했으며, 물의 안정적 공급으로 야생 동식물이 번창하는 계기가 됐다. 댐이나 수로 건설 등이 오히려 환경친화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계적으로 두나라 이상에 걸쳐 흐르는 강은 2백14개나 돼 물 문제가 국가간 분쟁을 촉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약 40%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물 공급을 거의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는 경우는 더욱 불안하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예고도 없이 주민들에게 물 공급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물배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훈련이었다. 싱가포르의 물에 대한 국가차원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예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물 공급의 대부분을 이웃나라 말레이시아에 의존하는 실정인데,말레이시아가 걸핏하면 물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두나라간 마찰의 소지가 상존하며,물 공급계약 연장에 관한 재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천연자원이라고는 거의 없는 싱가포르가 오늘날과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비결은 철저한 세계화였다. 돈이나 기술이 필요하면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면 됐고,천연자원이 필요하면 외국에서 사오면 됐다. 그러나 물은 다르다. 국가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물 사정은 양호한 편이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백74㎜로 세계평균의 1.3배가 된다. 이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여름 강수량의 대부분을 바다로 흘려 보내고,저장한 물도 낡은 수도관 때문에 땅속으로 버려지고 있다. 한반도 최악의 가뭄은 1901년에 있었다. 그 해 강수량은 3백70㎜로 평균치의 30%도 못됐다. 190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물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때 우리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 때,캘리포니아는 대수로 건설을 계획했고,우리는 기우제만 지냈다. 한반도에서의 가뭄은 조선왕조가 멸망하는 1910년까지 계속됐다. 이제 90년이 지난 올해 또 하나의 큰 가뭄이 왔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가뭄 걱정이었는데,이제는 다시 홍수 걱정이다. 또 다시 엄청난 양의 물이 그냥 흘려 보내지고 있다. 선진국은 문제해결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데,후진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제 소를 여러 마리 잃어봤으니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이번 장마철에는 피해복구 등 응급조치도 해야겠지만,좀더 근본적인 연구를 하는 계기를 마련할 시점이기도 하다. 집중호우지역,강수량,흐르는 물의 속도 및 방향,동식물 생태계의 움직임,댐 또는 수로 건설의 생태계에 미치는 효과 등에 대한 자세한 현장 연구가 필요하다. 재해대책본부와 더불어 수자원연구본부가 동시에 발족돼야 할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고,우리의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해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