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오너쉽 솔루션(ownership solution)은 무엇인가. 광범위한 소유 분산에 따른 주인없는 경영으로 끝없는 관치금융 시비에 시달려 왔던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정부 수중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의 지배력은 현저히 높아져 11개 시중은행 및 6개 지방은행에 대한 정부지분은 70%를 넘어섰고, 정부가 최대주주로 있는 은행의 자산비중도 은행권 총자산의 70%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높아진 정부의 지배력을 낮춰야 한다는데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은행 소유구조 제한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부가 발을 빼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이 동일인 보유한도 4%(지방은행 15%)를 유지한 상태에서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책임경영 체제 확립이 요원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외국인에게 은행을 송두리째 내주게 될 공산이 크다. 4% 지분을 얻자고 민영화에 참여할 국내기업이 없으려니와 외국인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1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역차별적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일인 보유한도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책임경영 체제 확립과 역차별 시정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사(私)금고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관치 금융, 경제력 집중과 사금고화, 종속경제 방지 사이에서 묘수를 찾아야 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묘수로 정부에서는 동일인 지분을 10%로 완화하되 산업자본의 은행직접 지배 및 경영은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국인 역차별 해소는 물론이고 은행의 책임경영 체제 확립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로 책임경영 체제 확립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산업자본과 엄격히 분리된 국내기업과 개인중 은행 지분을 10%나 소유할 수 있는 자금력을 보유한 사람이 과연 존재하느냐도 문제려니와 설령 존재하더라도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한 은행에 거액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전업 기업가 제도가 실패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에서는 광범위한 분산소유 형태를 취하면서도 책임경영 체제가 확립된 선진국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나 우리의 현실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선진국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확립돼 있는데다 소유제한이 없더라도 주주이익 중심의 지배구조, 엄격한 금융감독 등으로 은행을 직접 지배.경영할 유인이 크지 않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투자가가 거의 전무한 상태인데다 회계의 투명성 부족 등으로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기관투자가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 확립은 요원한데다 경영주체로서 기업.개인의 투자도 기대할 수 없어 현재와 같은 주인없는 경영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겠다. 이렇게 볼 때 은행산업 오너십 솔루션은 어떻게 하면 산업자본의 지배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느냐가 핵심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감독 인프라 개선을 전제로 산업자본에 의한 과점주주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제2금융권과는 달리 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엄격한 감독체제가 확립돼 있는데다 과점주주간 견제와 균형으로 사금고화 방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은행(BOA, 삼성, 대우에 의한 과점체제)의 지배구조에서 이미 그 유용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바 있다. 산업자본 차단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책임경영 체제 확립이 요원해진다는 점에서 소유제한보다는 감독체제 강화로 문제를 푸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 논설.전문위원.경제학 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