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 : 여자를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가슴에 눈길이 간다. △ 특기 : 슬쩍 보기만 해도 상대편 여성의 가슴 사이즈를 맞힐 수 있다. △ 취미 : 시간만 나면 브래지어를 만지작 거린다. '수상한'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다. 바로 여성들의 브래지어를 만드는 남자들에 대한 얘기다. 여성 속옷을 기획하고 만들어 파는 남자들.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비비안 상품기획부 브라팀의 한관희(38) 차장, 김정훈(31) 대리, 왕기현(29), 오인동(29)씨는 업계에 소문난 브래지어 전문 MD(머천다이저:상품기획자)들이다. 브래지어의 A부터 Z까지를 돌보는 이들에게 여성 신체에 대한 관심은 업무상 꼭 필요한 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남자가 웬 여자속옷 회사에 다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여자속옷을 만드는 남자들은 상상외로 많다. 비비안만 해도 남자 MD가 40여명에 달한다. 브래지어가 남자 손을 필요로하는 이유는 뭘까? "다른 어떤 옷보다 '발품 파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는게 이들 4인조 브래지어MD팀의 주장이다. MD는 시장조사와 유행분석 등을 통해 제품 개발에서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지휘한다. 그런데 브래지어를 제작할때는 겉옷보다 두배 이상의 공을 들여야 한다. "겉옷트렌드를 몰라서는 속옷을 만들 수 없어요. 몸에 붙는 쫄티가 유행할때는 겉으로 봉재선이 비치지 않는 브래지어를, 화려한 공주풍 옷이 인기 끌때는 레이스가 잔뜩 달린 브래지어를 만들어야 잘 팔립니다. 그것도 겉옷보다 한발짝 앞서서요" 12년간 브래지어 전문 기획자로 활약해온 한 차장의 말이다. 또 그 작은 천조각안에 30가지가 넘는 부자재가 들어갈 정도로 제작과정이 복잡하다. 왕기현씨는 "히트상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첨단기능의 부자재를 끊임없이 개발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비안 브라팀에서 1년에 개발하는 제품 가짓수는 대략 1백80개. 이중 시장에 나오는 것은 60여 스타일 정도다. "하루의 대부분을 브래지어에 대한 생각으로 보낼 때가 많아요. 퇴근 후 친구들과 한 잔 할때도 부인들의 속옷에 대한 불만이나 아이디어를 듣고 집에서는 아내에게 샘플을 입히고 소감을 듣습니다" 기획을 맡은 김 대리는 입사후 한동안은 제품을 바라보는 것조차 어색했으나 지금은 생활의 일부분이 됐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 생산을 총 관리하고 있는 오인동씨는 "한국 여성들의 체형이 점점 서구화돼 가고 속옷에 관한 인식도 대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비안 브라팀이 작년 한해 판매한 브래지어수는 80만개. 단일 브랜드로 국내 최고 규모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