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고회사들의 올해 국제광고제 수상실적이 말이 아니다. 지난 5~6월에 열린 칸느,클리오,뉴욕 등 세계3대 광고제에서 한국의 출품작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고권위를 인정받는 칸느 영화제가 지난달 18~23일 열렸지만 한국은 수상작을 한편도 내지 못했다. 출품작의 10% 정도를 뽑는 파이널리스트에도 한편도 끼지 못했다. 지난달말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클리오광고제에서도 로제 립스틱(금강기획),기아자동차(J애드)등 단 두편만이 본선에 진출했으며 수장작은 없었다. 그나마 뉴욕광고제에서 금강기획,오리콤,맥켄에릭슨코리아 등이 총 5편이 수상작을 내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예년에 비해선 처지는 성과다. 결국 올해 광고업계는 세계광고제에서 5년래 최악의 실적을 거둔 셈이다. 적어도 한국의 광고가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국내 광고회사들이 광고제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1백편 넘는 작품,1백명이 넘는 인원을 파견하느라 쓰는 돈도 적지 않음을 감안할 때 이번 결과는 너무 초라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광고업계는 그간 국제광고제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둬왔다. 지난 97년 제일기획이 만든 삼성전자 "와이드TV"인쇄광고 "아기 눈동자"편은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로 최고권위의 깐느에서 금사자상을 받았다. 출품하기 위해선 광고가 실시돼야 한다는 규정에 맞추기 위해 지방신문에 단 한차례 광고를 낸 뒤 출품한 비화를 가진 작품이다. 웰콤도 대우레간자 "볼륨조절"편으로 98년 칸느 TV부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의 부진한 실적을 접하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서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TBWA코리아의 최창희 부사장은 "10년전 광고나 지금이나 뭐가 달라졌느냐"고 반문하며 "창의성이 살아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원로광고인 윤석태 감독도 "광고인들이 프로의식과 장인정신을 가지고 좀더 정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일기획 최인아 상무는 수상실적이 저조한 데 대해 "아이디어와 상상력의 빈곤 때문"이라면서도 "엄격한 심의,광고주의 낮은 의식 등도 광고발전을 가로막는 큰 요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지난 98년 칸느광고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최상무는 "수상작과 비교해 볼 때 우리 광고는 메시지를 강요하듯 던지며 전달방식도 다소 산만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또 "유머나 휴머니즘 광고가 높은 점수를 받는 최근 세계광고계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리앤디디비 이용찬 대표는 "수상작중에는 우리에게는 별 감흥이 없는 밋밋한 광고도 많다"며 "상을 못받았다고 해서 위축될 필요없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광고를 만들면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광고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