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렬 한국어도비사장은 공학도에서 경영학도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케팅요원에서 다시 한국어도비의 최고경영자로 변신을 거듭한 인물이다. 대학(한양대 컴퓨터학과 81학번)에서는 엔지니어링기술, 유학(미국 시애틀퍼시픽대학) 가서는 경영을 배웠다. 여기에 MS에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가 더해져 소프트웨어회사인 한국어도비 사장이라는 결실을 이끌어 냈다. 변신이 잦았지만 종합해 보면 인생설계를 잘 한 셈이다. 첫번째 터닝포인트는 대학때 찾아왔다. 공학도에서 경영학도로의 변신이다. 이 사장은 한양대 컴퓨터학과를 도중에 중단하고 항공공학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막상 선택한 것은 경영학이었다. '지엽적인 것 말고 세상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택한 학문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엔 대학원에서 MBA를 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진짜는 사회에 나가야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을 고쳤습니다" 이 사장은 당장 직장을 찾아 나섰다. MS의 극동지원 마케팅팀에 취직이 됐다. 지금은 MS 사장이 된 스티브 발머가 이끌고 있던 팀으로 이 사장은 이곳에서 기업라이선스와 교육용시장 확대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 "회사는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지만 했다가 몇번이고 실패하는 것은 탓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소신있게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추진해 가는 법을 배웠죠" 그렇게 미국 생활이 10년을 넘기던 어느날, 두번째 터닝포인트를 만났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것. "10년 넘게 미국에서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미국사람으로 계속 살아갈 것인가라는 고민이 갑자기 들더군요. 친지나 친구들도 보고 싶어졌어요" 마침 회사에서 한국내 영업 총괄 책임자를 찾았다. 이 사장은 영업이라는 실전경험도 쌓을 겸 이때다 싶어 95년 귀국했다. 세번째 터닝포인트는 어도비 소프트웨어를 알게되면서 찾아왔다. 한국에 돌아와 1년반동안 MS 영업을 총괄하던중 어도비가 눈에 띄었다. 잠재력있는 상품인데 왜 한국엔 법인이 없을까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던중 어도비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한국법인 설립의 선봉이 되어 달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쫓아다니는 과정에서 학교와 사회에서 배운 소프트웨어 기초지식, 경영기법, 영업노하우, 마케팅경험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97년 한국어도비 대표이사사장으로 세번째 큰 변신을 했다. "지금도 새로운 것이면 늘 배우고 싶습니다.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는 의미도 있어요. 배워두면 언젠가 반드시 도움이 되죠" 이 사장은 MS 교육시장 솔루션을 지원했던 경험을 살려 한국어도비를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가르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대학내 소프트웨어교육센터 건립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