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의 개정 여부는 협정 체결 당사국들이 결정해야할 문제지만,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협정을 책임없는 협정으로 대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일 지적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렘린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책임이 없는 협정은 다양한 형태의 무절제와 새로운 위협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러시아는 핵탄두를 통제가능한 1천500기까지로 감축할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ABM 협정이 존속돼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이 문제에 전 인류의 장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독점해 미국하고만 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인 포럼들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시라크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이밖에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단일한 경제권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는 한편, 러시아가 프랑스와 다방면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분야와 통신, 우주, 항공 등 첨단 기술 분야, 그리고 문화, 교육, 과학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뒤, 러시아가 환경분야의 교토(京都)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또 체첸 문제와 관련해 시라크 대통령과 논의가 있었다고 소개한뒤, "현재 체첸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다만 테러범들의 돌연한 습격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우리는 무기와 다량의 마약을 소유한 이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체첸과 관련한 프랑스의 전통적인 입장을 반복했다"면서, "이는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와 프랑스는 시라크 대통령의 이번 방문중 ▲2001∼2002년 기업지원분야에서의 양국간 추가 협력 협정 ▲항공협정 ▲러시아 항공우주국과 유럽항공우주.국방협력체(EADS)간 협력 협정 등 3종의 협정을 체결했다. EADS는 특히 서유럽 군용 수송기인 A400기 제작 및 생산에 러시아 항공우주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A400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생산하고 있는 An-70의 경쟁 기종이지만, 서방 국가들은 최근 An-70 대신 A400기를 주력 군 수송기로 선정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보리스 옐친 시절에 (러시아에) 민주주의로의 길이 열렸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하에서는 경제개혁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한뒤, "아직 러시아가 가야할 길은 멀지만 나는 러시아 지도부들의 개혁 의지를 보고 있으며, 이 의지를 멈추게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일우특파원 ciw@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