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곳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다. 통화정책을 통한 성장촉진,인플레이션 제거,고용증진이 법적으로 정해진 FRB의 임무다. 이들 목표달성을 위한 FRB의 도구는 단 한가지뿐이다. FRB는 금융회사들간 거래되는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의 이자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이 한가지 탄알만으로 성장 인플레이션 고용이라는 세가지 타깃을 맞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과녁을 빗나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과거에 FRB는 훨씬 많은 도구를 가지고 일했다. 1950년대 FRB 의장인 윌리엄 M 마틴은 은행들이 FRB에 예치해야 하는 지불준비금 수준을 조절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또 FRB가 은행들에 돈을 직접 빌려주는 '할인 창구'의 활동을 증감시킬 수 있었고 주식투자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신용한도액도 정할 수 있었다. 은행들이 총자산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예금이던 때 예금금리의 최대한도를 정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은행여신이 미국 산업계의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6% 이상이었다. 은행들의 자산포트폴리오에는 국채 비중이 높았고 이들 국채의 가치는 FRB가 조정하는 이자율에 따라 변동했다. 마틴은 상대적으로 작은 이자율의 변동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제어할 수 있었다. 이런 결정들은 은밀히 행해졌다. 일반 사람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6개월이상이 지나야 알 수 있었다. 6개월 이후에 최소한의 정보만 다소 모호하게 공개됐다. FRB가 은행들에 영향을 미치고 은행들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나서야 증시가 움직였다. 오늘날 은행이 미국 산업계의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지불준비금은 자동현금인출기(ATM)가 대중화되면서 의미를 상실했다. 은행들은 필요한 돈을 FRB로부터 빌리지 않고 자금시장에서 조달한다. 할인창구는 거의 휴면상태다. 각종 파생상품의 발달로 FRB가 은행을 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FRB는 한 세대전에 비해 실질적인 힘이 없어졌고 그 결과로 FRB가 내리는 결정에 주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쓰는 극장식 사업체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FRB가 초단기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경제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이유를 설명할만한 경제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올들어 FRB가 여러번 초단기금리를 내렸지만 최상등급의 회사채수익률은 단지 0.25% 올랐다. 투자계획에 대부분 영향을 주는 것은 장기금리들이다. FRB 의장을 지낸 로렌스 마이어는 최근 "FRB의 결정은 어떤 것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아니라 실제 경제활동에 대한 정책적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금리는 FOMC가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힘으로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3년전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FRB에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FRB의 모델도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FRB모델이 열네번 연속 틀렸다 하더하도 열다섯번째 다시 틀리리란 법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제이론이 없기 때문에 FRB의 금리인하가 경제활동을 증진시킬지,물가를 부추길지,자산가치를 올릴지를 예측할 방법도 없다. 연거푸 이어진 금리인하의 효과는 1990년대에서 지속되고 있는 경제문제들을 덮어버린채 주식 등 자산가격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마틴 의장 시절에 FRB를 위기상황으로 몰고갔던 3.5%에 육박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주식시장을 약간 끌어올리는 정도의 이득이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증가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최근 실린 'Should the Fed Be in Crisis Mode'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