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깨어날 조짐을 보이자 국제 투자자금도 점차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머징 마켓 가운데 인기가 높은 한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도 멀지 않아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제 달러자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약 1년 동안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강했으나 최근 들어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성 금융자산과 이머징 마켓에 대해 부쩍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 퇴직연금(캘퍼스)이 50억달러를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헤지펀드 투자에 나설 태세다. 뉴욕 소재 헤지펀드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에 따르면 현재 헤지펀드의 투자원금 규모는 4천80억달러에 달해 98년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채무불이행) 이후 3년 만에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투자원금 대비 총투자 가능 금액)이 평균 10배 이상으로 회복된 점을 감안하면 최대 투자금액은 4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헤네시 그룹 등 전문적인 헤지펀드 분석기관들은 앞으로 2년 동안 세계 각국의 금리와 환율,주가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한국을 비롯한 외환위기 국가에선 헤지펀드 성격의 해외 펀드들이 상당 규모의 기업과 금융기관을 매입해 놓은 상태다. 미국의 금융자산가인 조지 소로스도 지난 1일부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지역 정상회담에서 향후 성장성을 고려한 1억5천만달러 규모의 유고슬라비아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과거 헤지펀드들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때 기업과 채권 매입에서 시작해 주식으로 옮겨가는 것을 감안하면 대우차 매각과 구조조정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경우 국제 투자자금들이 국내 증시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6월 이후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수정했고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도 평균 3%포인트 가량 높여 놓은 상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