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우車협상단 '훈수 사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대우자동차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고 협상을 시작한 지 4일로 한 달이 지났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측 협상대표인 산업은행은 "진행중"이란 말만 되뇌고 있다.
대우차의 해외매각은 12조원에 이르는 금융부채,수만명에 달하는 근로자 고용문제 뿐만 아니라 수천여개 협력 업체와 인근 지역경제 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온 국민이 노심초사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 채권단은 과연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근로자 특히 부평공장 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킬 수 있는지,또 협력업체들은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최종심판'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애간장이 타 죽을 지경"이라는 대우차 한 직원의 말은 사실 우리 국민 모두의 심경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대우차 매각협상은 일개 기업의 매각 범주를 벗어나 전 국민적인 사안이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GM측과의 협상과정과 내용을 공론화하고 검증을 받아야 뒤탈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산업은행은 초지일관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
양 측이 원만한 협상을 위해 일체의 과정과 쟁점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란 게 산은측 설명이다.
협상개시 전후 정치권 등 외부에서 잡음이 쏟아지자 정건용 산은총재가 직접 나서 정중히 '훈수'를 사절했었다.
1개월전 정 총재는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비쳐졌다.
특히 협상단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GM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측 패를 들여다보고 고스톱을 치는 격"이라면서 "온 국민이 인내와 끈기를 갖고 기다려주는 게 우리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국민들은 대우차의 원만한 매각을 위해 묵묵히 1개월을 기다려왔다.
산은측도 이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다림이 헛될 경우 협상단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는 1백% 책임아래 진행된 비공개 협상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장진모 금융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