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냐 지역화냐"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논의를 중심으로 "세계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동시에 유럽연합(EU)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등 지역별 "블록화" 추세도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 블록화는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화에 거스르는 현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키워드임에 틀림없다. 세계화와 지역화의 대립적인 개념이 동시에 추구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현상을 3회에 걸쳐 추적한다. "WTO 뉴라운드가 출범하면 기존의 우루과이라운드(UR)를 대체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 교역질서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뉴라운드에서는 기존의 공산품과 서비스, 농업 교역의 자유화에서 한발 나아가 환경 문제와 외국인투자 등에 대한 자유교역을 위한 틀도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자유무역을 향한 토대가 한층 확대되는 것이지요"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만난 미겔 로드리게스 사무차장은 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4차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이 공식 선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3차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이 무산된 후 지지부진하던 논의가 최근 고위급 특별회의를 계기로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얼마전까지 만해도 뉴라운드에서 논의할 의제에 대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국 일본 EU는 공산품 농산물 서비스분야 뿐 아니라 투자 환경 경쟁 등의 의제를 충분히 다루자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투자 및 반덤핑 규정 개정 등엔 소극적이었다. 개발도상국들은 노동 환경 문제를 포함시키는 데는 반대 입장이었다. 로드리게스 사무차장은 "뉴라운드와 관련한 주된 이슈는 언제 출범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출범하느냐"라며 "미국과 EU, 그리고 개도국들이 한발짝씩 물러나 본격적인 조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WTO 뉴라운드 조기 출범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동시에 전세계 자유무역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이고도 광범위한 의제 설정을 강조하고 있다. 공산품과 서비스, 정부조달 분야의 자유교역을 강화해야 할 뿐 아니라 세계 각국간 투자의 원활화를 위한 논의도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농산물의 경우 비교역적 특성(NTC)을 고려, 보다 신중히 논의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EU 및 일본과 같은 자세다. 정의용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전세계 자유무역의 기틀을 확립하게 될 뉴라운드는 한국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며 "최대한 많은 이슈가 여기서 논의돼야 한다는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을 제외한 국내 다른 시장은 이미 충분히 개방돼 있어 뉴라운드를 통해 관세인하 등 시장접근이 확대되더라도 국내 산업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제네바(스위스)=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