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만기 회사채 소화 대책에 구멍이 뚫렸다. 또 기업구조조정을 채권단 주도로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으로 국회가 파행 운영되면서 관련법안 통과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국회가 장기간 공전해 관련법안 통과가 더욱 늦어질 경우 하반기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투기등급 회사채 소화불량 =한국은행이 지난 5월말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모두 32조1천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중 자체 신용만으로는 차환발행이 어려운 신용등급 BB+ 이하 투기등급 회사채(워크아웃기업 포함)는 11조4천억원 규모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고수익 비과세펀드'를 7월부터 판매해 이들 투기등급 회사채를 흡수하는 방안을 세웠다. 이 상품은 투기등급 채권에 30% 이상 투자하는 대신 가입 고객에겐 1인당 3천만원 한도 내에서 이자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고위험에 따른 메리트를 준다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세제상 지원을 보장해 주기 위해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 임시 국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이들 투기채권의 처리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하반기 만기 회사채 소화 대책으로 내놓았던 △회사채 신속인수제 △프라이머리CBO △고수익 비과세펀드라는 삼각축중 하나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한은에 따르면 당장 이달중 만기가 돌아오는 투기등급 채권은 1조3천2백56억원 어치다. 오는 8월에도 2조3천6백50억원 규모 회사채의 만기가 찾아오는 등 7~8월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특히 투신권은 기존에 판매했던 CBO펀드와 하이일드펀드의 만기 자금을 비과세 혜택이 있는 이 상품으로 전환하려고 사전 예약까지 받아놓았다. 신상품 판매가 뒤로 미뤄지면 투신권은 자금인출 요구에 응하기 위해 기존 펀드에 편입됐던 투기등급 채권에 대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법 개정이 늦어질수록 만기 회사채를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리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A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돌아오는 회사채 1천억원중 절반 가량을 고수익 펀드로 처리하려고 했다"며 "당장 이달중 돌아오는 일부 채권의 차환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 기업구조조정도 차질 =지난달까지만 해도 급물살을 탔던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조정 작업이 주춤하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해 이달부터 회생 및 퇴출 심사에 본격 나설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채권은행 상설협의회'를 구성했고 '채권은행 협약'도 체결했다. 이 모두 정부가 제정하겠다던 '기업구조조정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였다. 이 법은 채권단의 결의사항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됐었다. 그러나 이 법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채권단이 준비했던 기업구조조정 작업은 자연히 차질을 빚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