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몰린 화섬업계, 위기 정면돌파..구조조정 배경 뭔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결코 엄살이 아닙니다"
이원호 화섬협회장은 3일 기자회견장에서 "장사꾼들이 죽는다고 엄살을 떠는 게 속성이지만 화섬업계에는 진짜 공멸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첫마디를 꺼냈다.
화섬업계가 경쟁력 약화로 인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고 그는 밝혔다.
◇구조조정 배경=화섬업계가 노조가 강력 반발할게 불보듯 뻔한데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선언한 것은 공급과잉으로 장사는 안되는 데도 인건비는 계속 올라 기업들이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상황에 달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으로 세계섬유 공급능력은 3천3백90만t.
수요대비 5백67만t이 공급과잉 상태다.
2백97만t인 국내 화섬생산능력도 수요를 32만5천t이나 초과했다.
국제 가격은 지난 95년 대비 전 품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화섬수입국이던 중국은 자급자족국으로 돌아섰고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업체의 수출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임금은 외환위기 전후인 지난 97년(3.1%)과 98년(마이너스 3.8%)을 빼면 지난 95년 이후 매년 두자릿수로 올랐다.
올해도 임금협상이 진행중인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두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화섬업계 생산직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은 3천7백만원(고졸 13∼15년 근무 정도)으로 석유화학업종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협회는 밝혔다.
◇업계 생존전략=화섬협회는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회원사간 임원 조율을 거쳤으며 조만간 회장단 회의를 거쳐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합만 해도 중국 칭다오(靑島)법인으로 설비를 이전하면 1천명의 감원 효과를 보고 태광산업도 설비교체를 통해 5백명을 감원할 예정이어서 5년간 현재 고용인원의 3분의1 수준인 6천명을 감원하겠다는 목표는 무리한 수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원사간 이해관계가 걸린 인수·합병(M&A) 문제는 업계가 채권단의 협조를 얻어 자율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원호 회장은 이와관련,"작년 11월 화섬통합법인 휴비스의 출범 이후 추가 M&A가 노사분규로 주춤해졌으나 곧 가시적인 협상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걸림돌과 과제=구조조정의 아킬레스건인 인력감축과 임금동결에 대해 업계가 노조의 협조를 얼마나 얻어낼 지가 최대 변수다.
효성 고합 태광산업 등에선 설비교체나 설비해외이전에 따른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있다.
효성 코오롱 휴비스 태광산업 등 우량 기업이 중심이 돼 워크아웃이나 화의중인 새한 금강화섬 동국무역 등의 설비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M&A가 성사되기 위해선 채권단의 결단이 필요하다.
일종의 불황 카르텔인 감산은 업계 자율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공동감산 결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까다로운 사전승인을 거쳐야 한다.
업계는 막대한 연구개발(R&D)비를 투입,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