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전용공단의 현주소 - 대불.평동공단 ] "간단한 고주파 벤딩(파이프를 구부리는 것)이나 이음새 연결 가공도 울산이나 창원까지 가서 해결해야 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지요.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외딴 섬'입니다" 작년 3월부터 대불공단 외국인기업 전용단지에서 각종 해양구조물을 생산하고 있는 성창공업의 이길용 공장장은 이렇게 푸념했다. 지역내에 기술인력 풀(pool)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데다 연관 산업의 집적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단만 덩그러니 들어섰을 뿐 서울에서 너무 먼데다 국제공항도 김해까지 가야할 정도로 비즈니스 주변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공단부지를 평당 89원에 임대해 줘도 첨단기술공장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공단 관계자는 털어놓는다. 대불 외국인기업 전용단지는 지난 98년 외국인 단지로 지정됐으나 현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업체는 성창공업 보워터한라제지 PCN인터내셔널 등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보워터한라제지는 외국인 단지가 조성되기 전부터 있었던 업체이고 PCN인터내셔널은 지반에 문제가 생겨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대불공단의 한가운데에 조성돼있는 29만평의 외국인공단은 텅빈 부지에 잡초들과 건설자재들이 뒤섞여 있는 을씨년스런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외국인 공단이니 당연히 외국인 전용 시설(학교 병원 문화시설 등)도 있겠거니'하는 추측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외국인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대불공단은 지금으로선 그저 한산한 지방공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종합적인' 평가다. 광주시 광산구 장록동 일대 27만여평에 들어서 있는 평동외국인단지의 여건도 대불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25개업체가 입주 계약을 마쳤지만 실제 가동중인 업체는 7개에 불과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조규혁 광주지부장은 "현재 가동중인 업체들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지방의 영세 중소업체들"이라며 "지난 5월까지 평동공단의 매출실적도 11억1천6백만원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불이나 평동공단의 미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단 분양(임대)이 계속되고 있고 향후 2∼3년내 인근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기반시설이 속속 갖춰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불공단의 경우 10개 입주 예정업체들의 설비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말 쯤이면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공단측은 밝히고 있다. 김옥선 대불지부장은 "외투기업들의 입주가 완료되면 공단의 연간 매출은 현재 2천억원에서 3천5백억∼4천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불 입주를 준비중인 업체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레네테크.지난 3월 4만평의 부지를 평당 89원에 임대한 이 업체는 독일에서 외자를 유치한 소수력 발전기 제조업체다. 박종선 사장은 "소수력 발전기술은 독일에서 특허를 갖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로부터도 고도기술산업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며 "제품은 대부분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동공단도 기술력과 규모를 갖추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입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리튬 1차전지나 축전지를 생산하는 애니쉘이 3천9천여평의 부지에 바닥작업을 하고 있고 컨넥트 제조업체인 한국몰렉스의 공장 건설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터키 업체가 52%를 출자한 티오피도 특수 광섬유를 LG전선 등에 납품한다는 계획아래 기초 공사를 마무리한 상태다. 공단측은 25개 업체가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경우 연간 1천1백60억원의 매출에 6천5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 한국언론재단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