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품.소재산업을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과 함께 21세기 주력 성장산업으로 육성키로 한 것은 핵심부품 및 소재 산업의 뒷받침 없이는 안정적인 수출과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산업자원부 분석에 따르면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종합경쟁력은 높게 잡는다 해도 선진국의 85%선을 넘지 못한다. 특히 설계기술 등 핵심기술은 주요 선진국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분야 기업의 규모가 아직 영세한데다 독자 기술개발 및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해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만 하더라도 1999년 국내 부품업체의 전체 매출(1백68억달러)이 미국 델파이(2백92억달러)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상품들은 대부분 부품 수입의존도가 50%를 훌쩍 넘고 있다. 휴대폰과 PC의 부품 수입의존도(가격대비)는 각각 55%와 50%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봇과 공작기계의 부품 수입의존도 역시 75%와 50%에 이른다. 품목별로 국산화율이 80%를 웃돈다곤 하지만 값 비싼 핵심 부품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휴대폰 부품 수입액이 연간 21억달러에 달하고 PC와 공작기계 부품 수입액도 각각 12억달러와 3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부품.소재산업이 취약해 일본산 부품이 대거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지난 6월20일까지 대일 적자액은 41억8천만달러. 작년 같은기간(-59억4천만달러)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적자다. 반면 부품.소재산업 분야에서 세계 강자인 일본은 지속되는 경기 침체속에서도 안정적인 흑자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산자부는 이에 따라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기술개발 추진과 함께 대형화된 전문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아래 10년 앞을 내다보고 이 분야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부품전문기업의 인수.합병 및 분사 활성화를 위해 세제 지원 등의 여건을 조성하고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를 촉진할 방침이다. 또 부품.소재분야 전문 벤처기업이 매년 1천개 이상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석영 산자부 차관보는 "여전히 부품.소재산업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국가경쟁력과 무역흑자 기조 유지에 저해가 되고 있다"며 "인텔과 델파이의 사례에서 보듯 미래 산업경쟁력은 완제품보다 부품.소재에 좌우될 것인 만큼 범국가 차원에서 이 분야 산업을 육성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