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노사갈등 해소와 규제 완화, 투자 촉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하다" "경제가 소중하며 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부터 가져야 한다" 수출 부진과 주식시장 침체, 자금시장 왜곡 등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불황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인 기업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수출 독려나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재정 투자를 늘리는 경기부양책 등 단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경기 부양책을 포함한 재정 정책이나 수출 촉진책만으로는 안되는 상황"이라며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좌 원장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직접 나서기보다는 기업이 생산 영업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고 이를 통해 경기가 되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우석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내수시장 수요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설비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 교수도 "제품 수명이 짧은 시대에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이 중요한데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소홀히했다"며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엄기웅 대한상의 상무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시작된 기업의 구조조정이 중단된 상태"라며 "기업의 구조조정이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노사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구조조정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것이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노사 관계가 안정되지 않아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노동 시장에서 고용의 유연성을 갖고 있는 미국형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게 필요하다"며 "기업.금융권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노동 시장의 유연성 부족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식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5%대로 예상하는 등 너무 낙관적인 가정하에 경제 정책을 운용했다"며 "내년 선거철이 되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제에 간섭할 여지가 커지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홍래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사회 시스템과 가치관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지향하는 청사진이 없다는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경기 조절을 위한 거시정책과 한국 경제가 앞으로 먹고 살아야 할 산업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중.장기적 미시정책을 확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