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호(號)를 견인해야 할 정부의 '정책비전 부재'는 최근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투자 수출 생산 등 거시 지표들의 계속되는 부진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대책 없이 기존 정책과제만을 되풀이 나열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각론 차원의 정책 목표가 서로 맞지 않는 모순까지 드러냈다. 지금 당장의 경기는 그렇다고 쳐도 미래 성장을 담보할 기회마저 차단하고 있는 단견적 정책의 틀이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이다.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7개월째 미끄럼을 타고 있는데도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명분론적 규제 논리에 스스로를 속박, 기업들의 운신을 '출자총액한도 제한'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놓고 있는게 단적인 예다. 경제 상황과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의 틀도 유연하게 조정돼야 하는 만큼 외환위기 때의 '투명성 만능주의' 논리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