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함정, 벗어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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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긴급 수혈로 증시가 막판 숨을 돌렸다.
지난 금요일 이후 증시는 거래소 거래량이 2억주에 턱걸이하는 '여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도 미 독립기념일 휴일을 맞아 외국인이 한발 물러서면서 거래가 부진했다.
그러던 가운데 오전장 끝 무렵, 국민연금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큼한 '소나기'를 뿌렸다.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의 매수 대상 종목이 무엇일지, 그리고 향후 증시에 얼마나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낼 지에 모아졌다.
국민연금은 4월 이후 진행된 지수상승 대비 덜 오르고 하방경직에다 기업내재가치가 우량한 전통주 위주로 유입되리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포항제철, 한국전력, 현대차, 담배인삼공사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대표 우량주 중 최근 낙폭이 큰 종목이 거론되고 있다. 4일 증시에서도 이들 종목은 막판 급등해 국민연금 유입에 따른 수혜주임을 간접 시사했다.
국민연금을 믿고 우량주 매수에 들어가기에는 600선에 다가선 현 지수대가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들린다. 주가가 600선을 넘어설 경우 국민연금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 외국인이 매도규모를 확대할 경우 국민연금에는 이를 받아낼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미 증시는 주말까지 별다른 경제지표나 기업실적 발표가 없어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임에 따라 국내 증시도 소강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580을 저점으로 600선 소폭 돌파를 시도하는 갑갑한 모양을 이어갈 것이 유력하다.
외국인이 다시 현물시장에서 반도체 및 통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고객예탁금도 감소세를 이어가며 7조원대를 기록해 수급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모멘텀을 상실한 기술주와 가격부담에 시달리는 가치주 사이에서 종목 고르기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경우 이미 선반영한 우량 은행과 증권주에 추격매수세가 몰릴지 주목된다. 펀더멘탈과 가격을 놓고 철저한 종목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 경제지표의 호전으로 주가상승이 가까웠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주가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기엔 아직 요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7월 전경련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4.6으로 상승추세가 꺾인 것으로 나오면서 이러한 시각을 확인해주고 있다. 미 정보기술(IT)산업의 불황 지속으로 수출 및 설비투자 침체가 이어져 심리가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기호전은 전통주에 치우쳐 있어 컴퓨터 및 전자제품을 중심으로한 IT산업은 재고조정이 진행중이지만 수요부진 강도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요일에 나오는 미 실업률지표 역시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미 업체의 감원열풍을 감안할 때 크게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대우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사실상 뉴욕증시도 뚜렷한 경기회복 지표에 접하기 전에는 상승모멘텀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국내 주가는 이번 분기 안에 종합지수 630선 돌파를 시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미국 업체의 실적치 발표와 중순부터 나오는 물가지수, 고용비용지수, 내구재 주문량 등을 거쳐야 주가의 방향이 가늠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편 7월 둘째주부터 국내 업체의 2/4분기 실적치가 나오면서 기존의 급등한 가치주를 대신할 종목선택 행보가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범 L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현대차 등 실적 우량주가 가격 부담으로 일단 제동이 걸리는 조짐이 보인다"며 "반기실적 발표를 통해 실적이 호전되고 저평가된 종목이 부상하면서 '얼굴마담'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