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격론 끝에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통화당국이 지난 2월 0.25%포인트를 인하한 이래 4개월째 5%에 묶어 오던 콜금리를 인하키로 한 것 자체는 올바른 정책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대한 회복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인하폭은 미흡한 감이 없지도 않다. 사실 어제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도 격론을 벌였듯이 그동안 콜금리 인하문제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 왔다. 미·일 등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에다 극심한 설비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갈수록 회복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콜금리 인하로 경기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전년대비 5% 넘게 치솟고 있는 물가불안을 감안해 콜금리 인하에 주저해 왔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콜금리 인하는 통화당국이 고심 끝에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안정에서 경기회복 쪽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라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물가를 책임지고 있는 통화당국으로서 물가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선회를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은 스스로가 전망했듯이 5∼6%의 잠재성장률을 보유한 우리 경제가 3.8% 성장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면 물가보다는 경기회복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더욱이 현재의 물가불안이 국제유가,공공요금,농축수산물 가격상승 등 총수요와 무관한 요인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정책선택은 최근 주요 선진국의 통화당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와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통화당국도 한결 같이 인플레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가격인상으로 촉발된 물가불안을 우려해 경기침체를 방치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금은 전세계가 인플레보다는 경기침체를 걱정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이번 콜 금리인하가 경기진작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를 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금리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기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하는데도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