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나흘째 표류했다. 상승도 하강도 아닌 어정쩡한 보폭으로 하루 걸러 오르내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액면가 미만 종목에 대한 거래세 부과로 데이 트레이딩이 위축되면서 거래량이 또다시 연중 최소를 경신, 시장에 불안감을 드리웠다. 이같은 지수 혼조세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가치주의 가격 메리트 약화와 이로 인한 주도주 소멸,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모멘텀 공백, 그리고 매수 주체 부재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강 효과’를 일으키며 시장 방향을 흐려놓고 있는 셈이다. 5일 국내 증시에는 콜 금리 인하라는 재료가 던져졌지만 반응은 미미했다. 예상했던 재료였기 때문에 무시됐다는 설명도 있었고 이미 전날 은행, 보험주 등에 선취매가 몰리며 선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분명한 것은 이번 금리 인하로 투자자가 경기 향방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는 점이다. 정책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를 확인한 만큼 그 결과에 주목하려는 움직임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6일 국내 증시는 주말을 앞두고 변동성 확대 없이 5일 지수 발자국을 따라 580~600 박스권을 오르내릴 전망이다. 이렇다할 국내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미국 증시도 주말까지 별다른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 발표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 고용관련 지표가 6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상승폭이 예상을 넘지 않는다면 별다른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금리인하, 무얼 기대할까 = 한국은행은 이날 7월 금융통화 운영위원회를 열고 콜 금리 목표를 현재의 5.00%에서 4.75%로 0.25% 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격론 끝에 결정된 금리인하를 놓고 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그 동안 주도주로서 시세를 분출해왔던 은행, 증권주에 대한 투자 심리 호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리인하로 금융기관은 예대금리차를 넓힐 수 있고 증권사의 경우 콜 차입이 많다는 점에서 주도주 재 등극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금리 인하는 증시가 경기에 선행해 랠리를 준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0.25%포인트 금리 인하로는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회의론도 제기됐고 오히려 갑작스런 통화정책 변경으로 거시경제지표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금리 인하 배경으로 설비투자 부진 및 수출 감소, 그리고 이로 인한 산업생산 활동 둔화 등을 지적, 오히려 경기 회복 기대를 후퇴시켰다는 다소 부정적인 지적도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투자자가 주의 깊게 지켜볼 부분은 콜 금리 인하가 장기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와 금융경색 현상의 완화 여부”라고 지적했다. ◆ 거래량, 바닥은 어디 = 거래량이 사흘만에 또 다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5일 거래소에서는 시간외 거래분까지 합쳐 1억9,556만주가 손을 옮겼다. 이는 지난 해 5월 22일 1억7,662만주 이후 13개월 중 최소 규모다. 지난 달 28일 액면가 이하 종목에 대한 거래세 부과 이후 거래량은 단 한번도 3억주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7월 들어 개인이 거래소에서 이탈, 코스닥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거래량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코스닥 거래량은 개인 관심 속에 사흘 연속 3억주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거래량이 바닥을 모른채 계속 감소할 경우 시장 체력의 급격한 약화로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7조원대로 주저 앉은 고객예탁금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근 신영증권 거래소팀장은 “거래대금 회전율이 32%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통산 30%가 바닥권임을 감안한다면 현재 거래량 감소 추세도 바닥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7월 중순쯤에는 다시 거래량이 늘면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거래대금 회전율이란 거래대금을 예탁금으로 나눈 수치로 보통 5일 평균이나 7일 평균을 통해 지수 변동성을 예상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거래량 감소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거래량이 줄어든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액면가 이하 종목에 대한 거래세 부과”라며 “이로 인해 하루 평균 40%의 거래 비중을 차지하던 데이 트레이더의 비중이 크게 줄어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 트레이더의 비중 감소로 오히려 시장의 거래 건전성은 좋아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거래량 감소 추세를 돌리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나 뉴욕증시에서 뚜렷한 신호가 나와 주도 종목군이 부각돼야 한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일치된 견해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