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수(53) 기라정보통신 회장은 승용차 트렁크에 접는 자전거를 넣고 다닌다. 주말에 야외에서 타기 위한게 아니다. 테헤란밸리에 서울사무소를 둔 강 회장은 교통체증으로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가 생기자 올초에 자전거를 장만했다. 길이 막히면 차는 운전기사에게 맡겨두고 넥타이를 휘날리며 차량사이를 달린다. 연간 매출액 6백43억원(작년 기준)의 중견기업 회장이 업무용으로 자전거를 쓰는 셈이다. 전철보다도 편리해 자전거를 사용한다. 그의 차트렁크에는 색다른 품목이 또 있다. 비디오카메라다. 상담제품이 마음에 들면 직접 찍는다. 직원들에게 동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것만큼 강력한 설득수단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설득은 명령보다 효과가 크다는게 지론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매일 빼놓지 않는 일과가 있다. 새벽 3~4시에 일어나 전자수첩에 정리된 스케줄표와 종업원의 경조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날 주머니에 넣어뒀던 아이디어 메모 쪽지도 이때 옮겨적는다. 전자수첩에는 전종업원의 이름 생일 특기 등이 기록돼있다. 가족사항도 표시돼있다. 심지어 처갓집 번호까지 적혀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은 직원에게 집으로 꽃이나 케익을 보낸다. 부인에게 축하소식을 전하고 자녀의 소식도 묻는다. 이런 배려가 직원들의 사기진작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강 회장은 창업초기에 종업원들이 경상도 전라도 등 출신 지역별로 나뉘는 조짐을 보이자 단숨에 해결하기도 했다. 전종업원을 대상으로 할머니의 족보를 작성케 하는 이색 경품행사를 가졌다. 가장 먼 조상까지 작성한 직원에게 1백만원을 주겠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나서 석달정도 지나자 효험이 나타났다. 불과 3~4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출신지역이 달라졌던 것. 이런 아이디어는 그의 메모에서 나온 것들이다. 메모경영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