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 여행] 흑백風 거리에 코발트色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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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요란한 장식의 지프, 비틀비틀 달리는 트란시클, 허름한 상점과 노점상, 까무잡잡한 피부의 웃통을 벗어 제낀 남자 어른과 아이, 엉덩짝을 치켜들고 어슬렁대는 잿빛 소까지...
필리핀 세부 본섬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오후 늦게 들어선 막탄섬의 좁은 거리풍경이 아주 낯설다.
이국이라서가 아니라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든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진다.
폭우는 거리를 난리북새통으로 만든 뒤 순식간에 밀려간다.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갖은 열대식물, 하얀 모래사장과 드넓은 풀, 빙 둘러 세워진 필리핀 전통양식의 방갈로, 형형색색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또다른 미래(현재)장면을 방불케 한다.
영화 속에서의 자동차나 기차가 아닌, 폭우가 시간여행을 매개한 것 같다.
막탄섬 중간 바닷가에 자리한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
그 안과 밖이 그렇게 다를수가 없다.
안이 총천연색 파노라마 영화의 한 장면 같다면 바로 밖은 흑백TV 브라운관의 흔들리는 60년대 드라마 분위기다.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가 막탄섬 해변에 늘어선 리조트, 호텔중에서도 손꼽히는 이유를 짐작할수 있다.
연인끼리 또는 가족과 함께 한 여행자들은 아침부터 그 분위기를 만끽한다.
해먹에 누워 낮잠을 즐기거나, 풀장주변 선탠 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무한휴식을 중시하는 쪽이다.
풀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도 느긋하다.
7ha의 너른 부지 위에 조성된 풀은 모두 8개.
바닷물로 채워졌다.
수심을 달리해 아주 어린 아이까지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수 있다.
중심의 카페를 둘러싼 풀에는 물마사지 코너도 마련되었다.
또 다른 풀은 카약 등 무동력 해양레포츠도 가능할 만큼 넓다.
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부족함이 없다.
짜릿한 슬라이더는 젊은 여성에게 인기다.
방갈로 문을 열면 곧바로 모래사장에 풀장이 이어진다.
한쪽 인공암벽에는 건장한 사내가 매달려 힘을 시험한다.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리조트 산책로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롭다.
앞바다에서는 스킨스쿠버, 제트스키를 체험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리조트 내에서 매일 달리 진행하는 어른.아이용 체험프로그램에도 많은 사람이 몰린다.
필리핀 전통목선인 방카를 타고 하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도 빼놓을수 없다.
날주스완섬 인근의 투명하고 얕은 바다에서의 스노클링이 새롭다.
바다 밑 산호가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모두가 신이 나 있다.
스노클링 뒤에는 방카 위에서 낚시도 해본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손바닥만한 열대어를 낚아 올린다.
여러 나라의 국기가 휘날리는 수상식당에서의 해물요리가 아주 푸짐하다.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의 저녁은 또 다른 환상을 연출한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이 특히 아름답다.
해변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필리핀 전통공연을 보고 또 직접 참여해 보는 것도 플랜테이션 베이 리조트가 준비한 자랑거리중 하나다.
세부=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