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라미와 로버트 죌릭. 각각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통상분야 실권자들이다. 라미는 EU의 대외무역담당 집행위원이고 죌릭은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 대표. 우리로 치면 외교통상부 장관들이다. 세계 양대 경제권의 무역 책임자들인 두 사람은 10년 지기의 친구다. 1991년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의 실무 준비요원들로 안면을 익힌 후 10년간 우정을 쌓아 왔다. 라미는 지난해 EU집행위원이 됐고 죌릭은 올초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USTR대표로 발탁됐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이 국제적인 두 친구에게 세상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미국·EU간 대서양 무역전선의 향방이 그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수출업체에 대한 세금감면,철강수입제한,GE·하니웰 합병문제들로 대서양 무역전선은 벌겋게 달아 있다. EU는 미국 수출업체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미국 정부의 조치가 수출보조금 지급행위라며 보복조치를 준비중이고 미국 정부는 유럽 등 30여국의 철강제품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수순에 착수한 상태다. 또 며칠 전에는 EU가 미국 대기업(GE와 하니웰)들의 합병을 무산시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대서양 무역전쟁 일보 직전의 이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서서 포문을 뒤로 돌려야 한다. 세계는 그럴 만한 인물로 라미와 죌릭을 꼽고 있다. 막역한 친구인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길 갈망한다. 몇달전 두 친구는 대서양 무역마찰중 하나를 해결,이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4월 두 사람은 샬린 바셰프스키 전 USTR대표와 리언 브리턴 전 EU무역담당 집행위원이 남겨놓은 '미·EU 바나나 무역전쟁'을 수습했다. EU가 미국산 바나나 수입품에 차별정책을 쓴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는 지난해 약 2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EU제품에 부과했었다. 이를 두 사람이 2개월여의 협상끝에 없었던 일로 만든 것이다. 세계는 두 사람이 '부산의 두 친구' 이야기와는 달리 해피엔딩 스토리를 만들어 내길 기대하고 있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