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은 하루 세끼를 제대로 먹는 것입니다" 최근 이렇게 말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 여성은 식사 조절이 불가능한 식이장애 환자들. 이들은 대부분 날씬한 몸매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 병에 걸린다. 식이장애는 단순한 식사 장애를 넘어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국내 의료계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10% 정도가 이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BS TV 문성근의 다큐 세상 '그것이 알고싶다'(토 오후 10시50분)는 7일 '킬로그램(㎏)으로부터의 자유-굴레에 갇힌 여자의 몸'을 주제로 식이장애에 걸린 여성들을 통해 날씬함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달 30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 12명이 경기도 장흥으로 캠프를 떠났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들. 이들은 한 병원에서 식이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심리극을 통해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낼 수 없었던 오랜 고통을 서로 이야기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미국에서는 젊은 여성의 10%가 걸렸다는 식이장애는 크게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나뉜다. 거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 풀이되지만 결코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여러 이유로 신체가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거식증에 걸리면 콩 하나를 먹어도 배가 터질 것 같은 복부팽만감을 느낀다. 폭식증을 뜻하는 'bulimia nervosa'는 소 한 마리를 먹어치운다는 어원을 갖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배가 아플 때까지 먹게 되고 먹은 것을 토해내거나 이뇨제와 변비약을 복용해야만 한다. 특히 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대인관계를 제대로 형성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우울증과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기홍 PD는 "식이장애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살빼기'는 여자의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봉건시대 중국의 전족(纏足)이나 중세 유럽의 코르셋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사회적 강요가 수 많은 여자들에게 자신의 몸을 학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