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평 < 한국무역대리점협회 회장 chin@nkt.co.kr > 요즘 TV 드라마 '명성황후'를 즐겨본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만이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와 우리 민족이 처한 운명같은 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1965년에는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라는 영화를 그리고 몇 년 전에는 동양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호평받았던 뮤지컬 '명성황후'를 본 적이 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특히 뮤지컬 '명성황후'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배우들이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합창할 때 받았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흔히 민비로 불리는 명성황후는 정권욕 때문에 열강들의 힘과 외척을 정치의 전면으로 끌어들인 사람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비록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민비야말로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나름대로 국제적인 조류를 외면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몸부림친 그 시대의 지도자로 평가하고 싶다. 역사를 보는 과정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이 개재된다는 것은 위험하며 또한 불필요한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종종 내 나름대로 가정을 세울 때가 있다. 만약 그 당시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국제화와 개방화를 능동적으로 활용했다면 우리 민족의 장래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19세기가 끝나고 20세기를 맞으면서 시대적인 감각을 전혀 갖지 못한 당시 조선왕조 조야(朝野)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세에 어이없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되새기면 역사적인 가정이 분노로 변하기까지 한다. 금년은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21세기를 열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에 있는 해다. 모든 가치관과 사고는 21세기의 틀에 맞게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국제화와 개방화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명성황후가 살아있던 시절 우리 선조들이 시대의 흐름에 잘못 적응하면서 질곡의 20세기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역사의 전환기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미래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명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백성이여 일어나라'를 소리 높이 외쳐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