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일자) 벤처단지 60만평 과연 필요한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방 확정될듯 하던 판교개발 계획이 60만평 규모의 벤처단지 조성을 요구하는 경기도측의 거센 반발로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수도권집중 억제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중장기적이고 대국적인 시각에서 결정해야 할 이 문제가 지역이기주의에 좌우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특히 집권 여당조차 이해관계에 따라 편이 갈리는 등 정책결정 과정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어 더욱 그렇다.
벤처단지는 경기도가 처음 1백만평 규모를 요구했다가 건교부와의 논의과정에서 60만평으로 줄었는데 최종단계에 10만평으로 축소되자 문제가 된 것이다.
경기도가 지식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해 판교를 이른바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판교에 대규모 벤처단지를 조성하자는 주장은 여러모로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하필이면 왜 판교에 벤처단지를 만들어야 하는지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벤처기업협회는 핵심인력 유치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대덕단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오히려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 수도권의 교통혼잡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벤처단지가 적어도 60만평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용적률을 2백%로 잡고 5천개의 벤처기업이 업체당 평균 2백50평씩 분양받을 경우 62만5천평이 필요하다는 계산인데, 전국의 벤처기업 1만여개의 절반을 판교에 입주시키겠다는 발상부터가 무리다.
그리고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할 벤처기업이 업체당 2백50평이나 분양받아야 할 이유도 모르겠다.
만일 이 땅이 연구개발용이 아닌 공장용지라면 판교 벤처단지 조성은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회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는 거센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평당 조성원가가 2백80만원인 땅을 1백70만원씩에 분양해 달라는 요구는 더욱 납득이 안된다. 저밀도 친환경적인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건교부의 청사진조차 재원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의심을 받는 게 우리현실이다. 그렇다면 개발이익은 고사하고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정부가 쏟아부어야 할 판인데 벤처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부동산 투자이익을 챙기겠다는 말인가.
정부와 여당은 벤처단지 규모를 놓고 씨름하기 앞서 수도권 과밀 억제와 교통난 해소 대책부터 확실히 세워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