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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기업매각의 헐값 논쟁..김중수<경희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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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7년 경제위기는 금융과 실물부문이 구조적으로 취약했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지만,위기촉발의 직접적 요인이 외환부족이었다는 의미에서 '환란'이라고 불렸다. 환란극복을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늘려야 했으며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주력하게 됐다.97년 경제위기 발생 이후 동아시아에서 다양한 형태의 외국자본이 썰물같이 빠져나갔지만,FDI는 오히려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이 지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측면과,FDI 유치를 위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FDI는 위기극복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미국·유럽 선진국도 FDI 유치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도 지난 몇년간은 FDI에 관심을 보여왔다.그러나 지난 몇년간이 예외일 뿐,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FDI에 소홀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위기 이전 우리는 FDI의 비중이 낮은 나라,특히 90년대 초에는 이 낮은 비중조차 더 낮아져온 경제로 특징지어졌다. FDI는 자본유입의 경우와는 달리 기업경영의 통제권을 외국인에게 넘기는 것을 의미하기에,외국서 돈만 빌려오고자 했으며 결과적으로 선진경영기법이나 기술도입은 등한시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를 글로벌추세에 뒤떨어지게 만들었으며,경제위기의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FDI는 기본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경제행위다. 높은 성장잠재력은 긍정적 요인이고,사회불안은 부정적 요인이다. 경제·정치·사회적 여건이 '시장친화적'인가의 여부가 FDI 판단의 기준이다. 우리 주변엔 긍정적 요인보다 부정적 요인이 더 많다. 과격한 노조활동,경직된 노동법,과다한 기업규제,시장경제이념과 거리가 먼 교육·의료·사회보장정책들은 모두 투자수익률을 디스카운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정책이 추진돼 왔고 또한 앞으로도 별로 개선될 것 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잠재돼 있는 내부지향적인 문화적 폐쇄성 때문일 것이다. 외국인을 규제하고 차별하고자 하는 성향과 글로벌 추세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cross-border M&A)이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제적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을 주시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경우,이 비중은 95년의 6%에서 97년 13%,99년 30%로 급증하고 있으며,더욱이 비교역재부문인 서비스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 생산설비를 수반하는 신규 창업투자는 제조업부문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이 부문보다는 지금까지 대외경쟁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던 서비스분야에서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는 점이 특징이다. FDI에서 인수합병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업매각이 헐값이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의 경우,국부유출이라는 의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헐값매각이라고 인식할 개연성은 있다. 위기 이전 경기과열로 자산가치가 과대평가됐을 경우,위기 이후 화폐가치의 과다한 급락으로 자산가치가 과소평가될 경우,헐값매각이라고 인식될 가능성은 있다.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결여돼 있을 경우,잠재부실의 위험만큼 자산가치를 할인하고자 하는 것도 헐값매각으 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합리적 경제변수들은 시장논리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한을 정해 놓고 경제적 가치에 대한 전문적 분석도 없이 전시효과를 위해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국부유출'이라는 국민정서적 비난 때문에 매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실제로 경제에 부담을 더 가중시키게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의 FDI 대응정책이 강력한 투자유치활동,외국기업의 경영애로 해결,홍보강화와 같이,유감스럽게도 과거에 추진해왔던 정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이 활발해야만 FDI가 증가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정부와 경제주체들이 갖게 되고,정책도 이러한 방향으로 추진될 것을 기대해 본다. chski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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