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기업가들은 왜 아직도 한국을 투자하기에 불안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6일 주한 상공회의소협의회가 이기호 청와대경제수석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주한 외국기업인들이 쏟아낸 건의사항들을 훑어보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역대 대통령들의 약속이 무색해진다. 물론 이같은 외국기업인들의 시각에는 엄살이나 과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얼마만큼이나 실효성이 있었는지를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사항을 요약하면 노사관계의 불안과 까다로운 기업규제,불투명한 기업회계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전투 같은 노동자들의 시위장면과 위협적인 경찰의 중무장으로 각인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는 것이 이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정말로 그럴 것이다. 붉은 머리띠와 울긋불긋한 깃발,돌멩이와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우리의 시위현장은 이젠 면역이 되다시피한 우리가 봐도 새삼 섬뜩한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한국보다 시위가 더 많아도 외국인들은 프랑스를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주한 프랑스상의 사무총장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젠 우리도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시위문화를 정착시킬 때가 됐다.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또하나의 큰 요인으로 지적된 과도한 기업규제는 궁극적으로 공무원의 의식구조가 달라지지 않으면 풀릴 수 없는 과제이다. 그동안 많은 규제들이 폐지되거나 완화돼 적어도 제도상으로는 외국인 투자의 장애물들이 많이 제거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도보다는 그 제도를 운용하는 실무공무원들의 마인드가 문제인 것이다. "투자문제를 구체적으로 상의하려해도 일부 공무원들에게는 접근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라는 어느 프랑스 기업인의 불평은 실무공무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또 외국인투자자들이 역설한 기업회계의 투명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외환위기 이후 투명경영은 우리경제의 당면과제로 지적돼왔고 정부도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국제기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평가다. 기업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투명성을 인정받을 때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두려움은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