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아날로그' .. '디아나의 노래' 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모든 게 디지털로 통하는 세상이다.
미술도 예외일 수 없다.
미술현장에서 디지털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는 보편적인 화두가 돼버렸다.
젊은 작가들이 준비한 전시회를 가 보면 대다수가 디지털을 매체로 한 것들이다.
하지만 디지털 미술이 전통적인 아날로그 작품들을 완전히 밀어냈다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디지털 미술은 시대의 한 흐름일 뿐 '미술은 곧 아름다운 것'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이 기성세대들의 뇌리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9일부터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는 '디아나(DiAna)의 노래'전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날로그 세대 작가들이 겪는 고뇌와 갈등,미래예술의 방향 등을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디아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이면서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달과 출산의 여인이기도 하다.
참여작가들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40대가 주류로 디지털을 수용해 새로운 매체실험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작가들이어서 관심을 끈다.
디지털을 이용해 이미지를 창출했지만 보여주는 방식은 아날로그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참여 작가는 홍명섭 황인기 이순종 양주혜 강홍구 아타김 강용면 육근병 임영길 노상균 홍승혜 정동암 김종구 코디최 등 14명.
이들은 설치 영상 디지털사진 컴퓨터그래픽 가상현실 시퀸작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시공간을 재현해 보인다.
황인기는 스테인리스 철판 위에 컴퓨터 모니터 화소(畵素)들의 궤적을 실리콘으로 그대로 옮긴 '27㎏짜리 윤두서와 33㎏짜리 윤두서'라는 이색적인 제목의 작품을 내놨다.
윤두서 초상을 스캔받은 후 이를 이등분하고 한 면은 양화로,다른 면은 음화로 나타냈는데 이에 사용된 실리콘의 무게가 27㎏,33㎏이라는 뜻이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코디최는 건축설계 드로잉의 데이터를 다양하게 변형시킨 작품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넘어 데이터베이스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관되게 '유기적 기하학'시리즈를 발표해온 홍승혜는 과거 디지털 이미지를 페인팅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처리한 반면 이번 신작은 아날로그 이미지를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강홍구의 '아무 것도 아닌 풍경'은 컴퓨터로 변조한 과거 서울의 시가지 풍경을 통해 판에 박힌 삶의 양식을 보여주지만 이면에는 일탈의 꿈이 백일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김종구의 '대동여지도'는 갈아낸 쇳가루로 글씨를 쓴 후 글씨의 높낮이를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이색 작품이다.
이밖에 노상균은 시퀸을 이용한 미니멀 작품을,사진작가인 아타김은 유리상자를 벗어난 '생불(生佛)'시리즈를 선보인다.
작품 이해를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강홍구 홍명섭(11일) 이순종 정동암(18일) 김종구 양주혜(25일) 등이 전시장에 나와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마련한다.
29일까지.
(02)760-4602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