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수출할 채소를 지을 땅 없나요" 한국산 "신선 농산물"이 일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대형유통업체들마다 한국 채소 수입량을 대폭 늘리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은 아예 "밭떼기 계약재배"를 위해 국내 파트너 물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 농산물 수입에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일본 업체가 이처럼 한국산지와 직거래 또는 계약재배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이문"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대 일본 수출 실적=8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말에서 올 5월까지 1년간 일본으로 수출된 상추 양배추 오이 파프리카 딸기 멜론 등 신선 농산물은 5천3백6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천6백80만달러에 비해 14.5% 늘어난 규모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미니토마토와 밀감 파프리카 꽈리고추 사과 멜론 등의 시장점유율은 모두 10위 이내에 들고 있다. 특히 미니토마토의 경우 전체 수요의 5%를 넘나들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국산 농산물이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일본 대형업체들은 수입선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대형유통업체인 자스코(JUSCO)는 경기도 고양시 D양채류영농조합과 포천 K인삼조합,경남 거창의 D농산 등과 양채류 인삼 배추를 통째로 사들이는 직거래체제를 구축했다. 이토요카도의 경우 전북 김제,경남 합천에서 파프리카 및 딸기를 한국산지와 계약 재배해 전량 수입해 가고 있다. 일본내 다국적 기업인 돌재팬(DOLE-JAPAN)도 전남 나주와 전북 김제에서 멜론을 계약 재배해 가고 있다. 특히 나주의 N멜론 생산단지에서는 아예 일본에서 종자를 들여와 매년 농사를 지은 뒤 전량 일본시장에 공급하는 '대리모(代理母)형' 신선농산물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왜 인기인가=이처럼 일본의 대형유통업체들이 한국산지와 직거래 또는 계약재배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 농가의 농산물 재배기술이 과거와 달리 최첨단화되고 있는데다 유기농법 등 친환경적 농법이 확산되면서 최고 품질의 상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일본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원가가 낮아 한국에서 재배해 수입하더라도 일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도 한국산을 찾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일본측과 한국 산지간의 연계생산이 급증하고 있다"며 "99년 1회에 그쳤던 연계생산이 지난해 4회로 늘었고 올해는 9회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조건만 맞으면 국내 생산업자들이 일본 수출용 농산물을 계약재배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