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합병은행의 투서가 문제라는 발언을 했다. 느닷없는 '투서'얘기는 목전으로 다가온 합병에 노심초사하는 국민 주택은행 관계자들을 충격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비록 국민 주택은행이란 고유명사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자신들의 은행을 지칭하는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진 부총리의 정확한 코멘트는 이랬다. "합병은행 경영진과 관련,투서가 난무하고 서로를 모함하고 있다며 갈등이 계속될 경우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게 나의 소신이다" 진 부총리의 발언이 보도되자 당사자격인 국민 주택은행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은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병과 관련,"업무진행이 지지부진한 점에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상대방을 모함하진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시점에 정부 고위관리가 신중치 못한 발언을 했다며 아주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금융가에는 최근들어 "청와대에서 모 행장을 이미 낙점했다" "어느 지역과 어느 지역간의 파워 싸움" 등 근거없는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두 은행의 임원들이 '자기 행장 밀기'막판 레이스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나도는 시점에 진 부총리의 '투서' 비판론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게 이들 두 은행의 입장이다. 이런 잡음은 무엇보다 합병작업이 너무 늦어지는데서 빚어지고 있다. 1개월도 채 남지 않은 통합은행장 선임 스케줄과도 무관치 않다. 국민 주택 합병추진위원회는 당초 지난 6월말까지 외국계 대주주 대표를 포함해 6,7인으로 행장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말까지 합병행장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의 뉴욕증시 상장 일정을 고려할 때 늦어도 합병은행장이 7월말 이전에 결정돼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합추위는 그러나 행장선정위 위원인선이 늦어지자 위원회 구성시기를 7월 중순께로 연기했다.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행장 선임을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는 물론 당사자들인 두 은행의 책임이다.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지난해 12월22일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그 직후 은행 파업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합병을 위한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합병 본계약이 합병발표 4개월만인 지난 4월23일 맺어지고 다시 2개월 가까이 시간이 흐른 6월14일에야 두 은행장은 공식만남을 가졌을 뿐이다. 통합발표 반년이 지났건만 통합 구심점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질적인 두 은행의 통합에 수반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점포 및 인사 통합,상품종류와 금리 단일화 등을 위한 계획수립 및 추진은 하루가 급한 일들이다. 그래야 고객들이 안심하고 거래를 계속할 수 있다. 종업원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첩경이기도 하다. 주주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지는 수순임에 틀림없다. 하루빨리 합병을 주도해 나갈 구심점(행장)을 찾아야 한다. 합병으로 인해 불안해 하는 직원들에게 터널 끝 불빛 같은 비전을 던져주고 결과에 책임질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단순히 총자산 1백62조원을 보유한 초대형 은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를 만들어 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량은행의 대명사격인 두 은행을 합치면 국내 가계금융의 62%를 차지하게 된다. 중복고객을 빼더라도 합병은행의 고객수만 2천만명은 족히 넘는다. 통합은행이 경쟁력을 갖춘 강한 은행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ong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