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이 세계 경제회복 처방을 놓고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경제 회복을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침체의 원인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며 경기 회복을 위해 상대방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네탓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로마에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장관들은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 각자의 책임을 다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침체 원인과 회복 처방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2주일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경기 회복 방안이 나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겉으로는 의견일치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 등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의 최악 상황은 끝났다"는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하고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 공조하기로 다짐했다. 또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은 건전하다면서 현재의 경기 부진은 주식과 정보기술에 대한 과다한 투자를 조정하기 위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재무장관들은 이밖에 △다국적 개발은행의 개혁 지원 △최빈국에 대한 지원 확대 △돈세탁과 조세피난처를 통한 국제 금융부정행위 퇴치 등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에는 중앙은행 총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엔-달러-유로화 환율 등 통화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날 회담은 오는 20~22일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릴 G8(G7+러시아) 정상회의의 준비회담 성격이 강했다. ◇ 속으로는 불협화음 =오닐 미 재무장관이 미국으로서는 금리인하 세금감면 등 할 수 있는 경기부양조치를 다 취했다며 유럽과 일본이 제 몫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기부양조치로 미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올 4.4분기에는 2%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후 내년에는 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재무장관은 "세계경기 침체의 원인이 미국의 경기부진과 고유가"라며 미국측에 화살을 돌렸다.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도 "독일은 이미 연초에 세금감면조치를 취하는 등 경기회복을 위해 할만큼 했다"며 미 경제가 먼저 살아나야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세계경제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서 경기 회복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G7내에 경기시각차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