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처의 5급이상 간부급 공무원 대부분이 심각하게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적지않이 충격적이다. 요직으로 꼽히는 경제관련 부처의 핵심간부들조차 일할 맛을 잃고 현직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무원 조직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여간 우려스런 결과가 아니다. 민간부문의 급속한 성장으로 공무원 사회가 상대적으로 침체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지경에 이르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더욱이 이번 설문조사는 재정경제부 정보통신부 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등 '상대적으로 잘나가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지난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정책실패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한때 수난을 겪었고 권한도 많이 줄었으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여전히 정부내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요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간부급 공무원들의 사기가 이 정도라면 일반 공무원들은 더욱 심각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공직을 떠날 생각을 '자주 해본다'거나 '기회만 주어지면 떠나겠다'고 응답한 공무원은 4명당 3명 꼴이었다. 곧 떠날 예정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갖고 평생 일하겠다는 공무원들은 이제 정부내에서 소수파가 됐다. 이들이 전직하려는 이유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무원 생활에 대한 염증' '스스로 퇴보하는 느낌' '공무원으로 이상을 이루기 어려워서' 등 공무원 직업 자체에 대한 불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생활유지가 어렵다는 응답도 많았다. 관료사회의 병폐에 대한 우려도 컸다. 특히 출신학교나 출신지역별로 편가르기를 하는 연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지역대결로 얼룩진 정치권의 구조가 공무원 사회에 그대로 녹아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처간 이기주의나 형식만을 따지는 업무처리방식,무원칙한 평가제도 등 공무원사회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자녀가 공무원이 되기를 바란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 공무원들은 자녀들이 공무원을 하겠다고 나서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응답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말리겠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가 국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대부분 공무원들이 자신은 '중요한 일을 한다'고 응답했고 '하찮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국가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매우 높은 반면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낮다는 사실은 공무원 사회가 새롭게 개혁되어야 한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공무원들의 바람은 공무원 노조 설립 찬반을 묻는 대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간부직 공무원들까지 절반 이상이 '노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의외였다. 공무원 노조에 대해 정부의 공식입장이 '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비판 여론이 높은 '산하단체 낙하산인사'에 대해서는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가에 공헌한 공무원을 위한 최소한의 우대조치인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현재의 공무원 보상체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소 비판여론이 있더라도 퇴직 공무원들을 배려해 주는 관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20%에 못미쳤다. 현승윤.유영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