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역사교과서 재수정요구에 대한 일본측 결론을 '성의없는 것'으로 판단,'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상황이 미묘한 지금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그런 이유로 이를 어물쩍 넘기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9일 '적반하장'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무시하는 처사' 등 강한 표현을 사용,일본측의 태도를 비판한 뒤 "일본은 이번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뉘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통상부도 이례적으로 장문의 성명을 내고 "일본의 이중적 자세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교과서 왜곡이 반드시 시정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렇게 강경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일본내 우경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교과서 문제 이외에도 남쿠릴열도 어업마찰,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한·일간 분쟁 요소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정부가 제시할 대응카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 정부는 이미 역사교과서 왜곡을 문제삼아 지난 6월 제주해협에서 실시키로 한 한·일 공동구조 훈련을 무기 연기한데 이어 9일 방한한 일본 연립 여3당 간사장의 김대중 대통령 예방요청도 거부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제시할 보다 강력한 대응카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제4차 대일문화개방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다. 4차 대일문화개방은 일본어 가창음반,성인용 비디오,가족용 게임기 직수입 등을 담고 있어 이를 연기할 경우 일본 관련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주게 된다. 정부는 또 25일 하노이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의 한·일 외무장관 회담 및 다나카 마키코 일본외상의 방한초청을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 △정부공식문서에 '천황'표기를 '일왕'으로 변경하는 것 등도 동원될 수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