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규모가 하루 25억달러에 달하는 국내 외화자금 결제시장을 놓고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이 격돌을 벌이게 됐다. 국민은행이 그동안 외환은행이 독점해온 이 시장에 진출키로 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9일 미 달러화 등 총 28개 외국통화를 대상으로 외화자금 결제업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외화자금 결제업무는 국내외 은행, 종합금융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외환거래를 중개하고 결제해 주는 것이다. 외화자금 결제업무를 맡는 은행은 대외신용도가 높고 자금조달 능력이 일정수준을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외환업무에 강한 외환은행이 독점 취급해 왔었다. 금융계는 이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외화자금 규모가 국내에서만 25억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외화결제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미래의 자금결제에 대비해 미리 맡기는 자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주기로 했다. 하루 잔액이 50만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연 4%대의 금리를 지급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맡긴 외화자금에 대해 이자를 주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자지급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외화결제자금이 부족해진 금융회사에 대해 단기자금을 빌려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번 업무취급을 계기로 외국은행의 원화자금 결제계좌(원화 예치환거래은행)를 유치하는 데도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국민.주택 합병은행이 출범하면 대외신인도가 한층 높아진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국민은행 공세에 맞서 외환은행도 시장 수성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 이형수 외화자금부 차장은 "앞으로 거래수수료를 받는 대신 잔액에 대해서는 이자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거래관계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우위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