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상반기 은행권이 2조9천7백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니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대대적인 부실금융기관 퇴출과 고통스런 구조조정 끝에 은행경영이 어느정도 정상화되는 조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경영실적을 보면 수수료 수입이 2조4천1백9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고 대손충당금을 2조2천6백95억원이나 적립한 대목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결과 일시적으로 경영이 호전된 것일뿐 경쟁력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여전히 많다. 이는 이웃인 일본의 금융기관들과 비교해 볼때 더욱 그렇다. 금융구조조정에 관한 한 우리가 일본에 비해 앞서간다고 하지만 경쟁력 강화 측면에선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 비율이 일본의 14.1%보다 훨씬 높은 26%나 된다. 국내은행들은 98년부터 올 3월까지 은행 총여신의 21.3%(97년말 기준)에 달하는 1백13조3천억원의 부실채권을 처리한데 비해 일본은 92년부터 작년 9월까지 68조엔을 처리했는데 이는 일본은행 총여신의 11.6%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는 98년초부터 올 3월까지 4백87개 금융기관을 퇴출시킨데 비해 일본은 90년 이후 1백42개 금융기관을 정리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본 은행들은 자율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으나 우리는 합병 자체가 타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그나마도 내부진통이 심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금융 지주회사와 자회사들간에 경영이행각서(MOU) 체결을 놓고 벌어진 시비만 해도 그렇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예산 인력관리 임원문책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에 대해 자회사인 한빛 광주 경남은행 등이 노사정 합의와 경영호전을 이유로 독자경영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한 것이다. 물론 한빛 광주 경남은행 등의 경영이 흑자로 전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경영부실 때문에 지주회사로 통합된데다 올 상반기 경영호전도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덕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 은행들의 반발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은 구조조정을 통한 일시적인 경영호전에 만족하기 보다 잠재적인 부실을 빨리 털어내고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발벗고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