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외국인 매도공세에 이틀째 큰 갭하락에 내몰리며 투자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600선 돌파가 무산된 뒤 지난 5일 이래 종가 기준으로는 33포인트, 장중 고점과 저점을 비교하면 무려 45포인트나 급락했다. 수직낙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날 장 마감 직전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반등조짐을 보이며 가까스로 560선에 턱걸이했으나 반등력에 대한 신뢰감은 크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실적 악화, 특히 IT 등 첨단기술주에 대한 실적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있는 상황에서 고용과 실업지표가 좋지 않아 경기회복에 대한 시기가 점차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모멘텀이 사그라진 뒤 미국과 하락동조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6월 중순 이래 시작된 외국인 매도에 따른 수급악화 상황마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관계자들은 시장 반등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외국인 매도공세를 완화시킬 시장안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합지수가 막연하게 550을 지지선으로 안정되면서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각은 그 다음으로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주 내내 미국 나스닥 2,000선 유지에 관심을 두고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 정도, 기업실적 발표 동향을 유심히 관찰하는 가운데 바닥을 다지는 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든 기관투자든 그나마 여름 휴가를 편히 가기 위한 사전점검 사항 중의 하나가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일 것이다. ◆ 반등론의 논거와 그 한계 = 현 시점에서 반등을 논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지수가 단기간에 급락했다는 점이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나흘 내리 하락한 뒤여서 반등시점이 다가오고 있으나 나스닥이 연중최저 수준으로 망가질 가능성보다는 2,000선 안팎에서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한 몫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종합지수 550이 지난 4월 중순 이래 순환랠리 국면에서 돌파갭을 이룬 지점이어서 나름대로 지지력이 강력할 것이라는 점도 더해진다. 더구나 만약 550선이 붕괴돼 일시 돌파갭이 메워지더라도 최소한 연중 바닥인 500선까지 불과 10% 정도의 차이에 불과해 저가 가격메리트가 차츰 부각될 수 있다는 논거도 제시된다. 선물시장의 일부 시각이긴 하지만 외국인의 선물 대량 순매도가 사흘째 계속된 터여서 추가 대량 매도보나는 환매를 동반한 매수전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는 지난 5월말∼6월초 엿새동안 지속된 바 있다. 더욱이 저가메리트 부각이나 550선 유지 가능성 모두 일리는 있겠으나 우선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멈추거나 순매수로 전환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올들어 두 차례의 순환랠리 이후 조정을 보일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외국인 매도가 수급여건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스닥의 2,000선지지 여부는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사인이나 기업실적 악화가 예고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한 연후에 가능하다. ◆ 시장안정론이 선행하는 이유는 = 이번 조정의 특징은 외국인 매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기업실적 악화 경고가 유럽까지 지역적 확산을 이루고 있고 경기 회복 시기 지연 속에서 악화 정도가 단지 몇 %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대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지난 4일 독립기념일 전후로 유럽에서 전해진 실적악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그런 데서 연유하고 있다. 특히 여섯 번째 금리인하가 더해지며 개선될 조짐을 보이던 경제지표가 7월 들어 고용과 실업 악화를 계기로 소비부문의 건전성에 대한 확인요구로 비화된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경기나 재료상 모메텀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주가 하락 = 외국인 매도'의 하락동조화 등식에서 벗어나면 미국 시장의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델타투자자문의 박상현 이사는 "미국 시장이 나흘째 하락했고 장중 550대로 떨어지면서 반등시점이 탐색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동조화강도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 시장의 동향을 일단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종합지수나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에 하락갭이 크게 발생한 상황에서 반등력을 신뢰하긴 힘들다"며 "미국 시장의 안정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시장의 안정은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나스닥 2,000선 유지가 관건"이라며 "이번주 이래 발표될 미국 기업들의 2/4분기 실적치나 소매 및 도매 관련 소비지표 대한 점검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550선에 대한 지지력을 기대하는 시각이건, 반등가능성을 염두에 두건 대체로 시장안정이 우선이며 반등하더라도 일단 반등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의 이영원П맛㎰坪?"종합지수가 사흘째 급락한 상황에서 추격 매도에 나설 세력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외국인 매도와 함께 지수가 급락해 지수복원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돌아서든 외국인 매도가 약해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종합지수가 독자적으로 반등하긴 힘들다"면서 "선결조건이 나스닥 2,000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550∼560선에서 안정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매도는 기술주 하락과 함께 해외DR 발행에 따른 수급부담도 작용하고 있다"며 " 특히 IT경기가 올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근본에 깔려있어 지수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