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직원 '가교役' 톡톡 .. '현대건설 주니어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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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이긴 나무만이 꽃을 피웁니다'
'우리는 이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서울 계동 현대사옥의 엘리베이터에 걸려 있는 표어들이다.
전자는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지난 3월초 내걸렸고, 후자는 채권단의 출자전환 절차가 마무리되던 지난달 선보인 것이다.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매일 한번씩 읽고 회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 표어는 회사가 만든게 아니다.
"현대건설 주니어보드"가 게시한 것이다.
주니어 보드(junior board)는 영어 뜻 그대로 "청년 이사회"다.
내각책임제 국가의 "그림자내각"(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내각제 국가에서 정권을 잡았을 때를 가상, 내각을 구성해 놓는 그림자내각처럼 주니어 보드는 젊은 직원들이 회사경영자 입장에서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현대의 주니어보드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급 각각 15명씩으로 구성됐다.
국내외 2백여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의 주니어보드는 경영진과 직원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한달에 한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사회"가 열리고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의견이 집약된다.
모아진 현장의 목소리는 주니어보드 사무국을 거쳐 사장에게 곧바로 보고된다.
김윤규 사장때는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현실을 직시해 달라"는 보고를 주로 올렸다고 한다.
심현영 사장이 새 사령탑으로 온 뒤에는 직원들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보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대건설 노조 등 회사내 다른 조직의 노력도 있었지만 주니어보드의 적극적인 건의에 심현영 사장은 곧바로 가시적인 조치를 취했다.
사원들로부터 e메일을 직접 받고 건의를 받을 수 있는 직통팩스도 마련됐다.
주니어 보드는 경영층에 건의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층의 의견을 직원들에게 전파, 사내에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는 것을 막고 있다.
최근 회사측이 명예퇴직 실시를 결정했을 때 직원들 사이에선 뒤숭숭한 분위기가 일었지만 주니어 보드는 회사측의 진의를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맡았다.
요즘엔 주니어 보드가 경영층과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면 어떤 얘기가 오고 갔냐고 물어오는 직원들이 더욱 늘었다고 한다.
과장급 주니어보드 의장인 이명형 과장은 "건설회사의 최대 자산은 인적자원"이라며 "구성원들의 귀중한 의견이 모이고 전파되는 언로(言路)를 닦는 전통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