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전망] 달러 강세 역류와 물량 부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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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엔화 약세, 더 나아가 전세계적인 달러 강세 추세를 거스른 원화의 향후 행보가 관심이다.
실제 물량 공급이 앞선 수급상황보다는 매수세가 취약해진 틈을 타 원화는 엔화와의 동행을 꺼렸다.
달러 강세 파고속에 그동안 침잠해 왔던 역외매수세의 재개여부 등이 이번 주 관심사다. 엔/원 환율의 추가 하락여부도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번 주 달러/원 환율은 '1,288∼1,300원'의 범위가 예상된다. 박스권내 장세가 여전히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엔화 약세와 공급 물량 부담 사이의 간극이 환율 이동을 좌우할 전망이다. 즉 엔 약세에 따른 상방경직성과 물량 공급에 의한 하방경직성이 상존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의 독자노선 지속은 대기매물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 보인 시장거래자들의 장세 판단여부에 달려있다.
물량 공급의 실제 확산이라기보다 환율이 조금씩 오를 때마다 대기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최근 환율을 안정시킨 주 요인이다.
◆ 독립선언 그 이후 = 전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파장속에 원화는 '왕따'를 자초했다. 소외의 원인은 물량 부담이라는 수급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이달 들어 환율은 대체로 1,200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었다.
지난 주 중남미, 동유럽 신흥시장국, 아시아 통화는 내리막을 걷었다. 미국 달러화의 일방적인 강세가 이어졌지만 미국 증시의 하락세 또한 국제금융시장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미국 증시의 하락이 두드러졌음에도 달러화는 왜 강세를 보일까. 달러화는 미국경제의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기축 통화로서 안전 자산에 기대려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대변했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
지난 7일 로마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재무장관회의에서 경제회복을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지만 침체의 원인과 처방전 조제에는 엇갈린 모습을 연출했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치 않았으며 달러-엔-유로화 등에 대한 통화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오는 20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개최예정인 G8(G7+러시아)정상회의 준비회담 성격을 지닌 이번 회의에서 보인 불협화음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 지속에 대한 견해를 오히려 강화시켰다.
이에 따라 원화의 독립선언 이후 행보가 관심사다. 시장 관계자들은 △달러 강세 역류에 대한 '부작용 생성론'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 불변에 따른 '제자리 회귀론' △대기매물 부담감과 취약한 매수세에 따른 '환율 추가 하락론' △수급과 재료 상충에 따른 '제자리 뛰기론' 등이 혼재해 있다.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힘든 최근의 흐름을 방증하는 셈.
그러나 대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외환시장 여건상 수급에 기댄 독립선언의 유효성은 당분간 힘을 발휘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은 급하게 올라선 탓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126엔대 진입뿐 아니라 지난 4월의 연중 고점인 126.84엔 돌파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점이다.
◆ 원/엔 환율 추가하락 여부 = 원화는 지난해 후반부터 지루하게 이어진 엔화와의 동행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 주 달러/엔이 124엔대에서 126엔 언저리까지 도달하는 약세 행진을 지속한 데 반해 달러/원은 마감가 기준으로 1,301원에서 1,294원까지 하락했다. 달러/엔 방향을 추종했던 달러/원의 상식적인 행보를 생각하면 언뜻 이해하기 힘든 흐름.
이에 따라 지난 주 엔/원 환율은 1,040원대에서 1,029원으로 뚝 떨어졌다. 가격에 기댄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외환 당국의 움직임이 있어줘야 한다는 견해와 아직 이 정도면 버틸만하다는 의견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수출부진이 미국 경제와 정보기술(IT)산업의 침체에 따른 결과임을 반영하면 당국은 현재 엔/원 수준에서 추가 하락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평균적으로 1,000원 가량을 기록했었고 일본과의 경합품목인 반도체의 경우에도 일본 기업과의 가격 경쟁때문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경제와의 차별화도 이에 가세한다. 일본 경제가 악화일로에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 경제는 낫고 공급우위의 장세는 타당한 이유로 엔/원의 하락을 자극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원/엔 환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당국도 물가부담 때문에 환율이 올라선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변동성이 적어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극히 안정적인 흐름에서 당국이 굳이 나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136억9,000만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외화예금의 위력과 수출부진에도 무역흑자 행진의 지속, 한국통신 주식예탁증서(DR)발행대금 등은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우차 매각협상 등의 추가적인 FDI자금의 유입 가능성도 잠복해 있다.
아울러 올 연말까지 1,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를 쌓으려는 당국의 입장을 읽을 필요가 있다. 환율 급등시의 안전판 구실을 톡톡히 하는 보유고의 경우, 지난 4월 충분히 위력을 절감한 바 있다.
지난달 말 현재 942억달러에서 한통의 DR발행분 22억4,200만달러가 그대로 포함되고 하반기 매달 평균 10억달러 가량의 무역 흑자를 감안하면 이는 충분하다. 특히 오는 8월까지 국제통화기금(IMF)차입금 잔액 10억3,000만달러를 갚으면 감소요인은 거의 없다.
◆ 매수세 재등장할까 = 지난 주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매수세가 취약해 졌다는 이유가 가장 설득력을 지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꾸준히 역외매수세와 정유사의 결제수요는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네고물량 등의 공급에 맞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대기매물에 대한 부담감이 거래자들에게 깊이 자리잡았다.
엔화 약세에 따라 환율이 오르면 예전같으면 달러매수에 열을 올렸을 거래자들이 오히려 '이 때다'하면서 보유물량 처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점 매도에 대한 의식이 팽배해 있다.
대규모 결제수요의 큰 몫을 차지하는 정유사의 경우 여름에 접어들면서 석유 소비가 줄어 추가적인 원유 비축을 위한 결제수요의 필요성이 준데다 지난달까지 외화예금 등으로 충분히 달러화를 마련해 놨다.
역외세력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가지고 있어 매수에 시큰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에 대해 역외세력의 롤오버와 신규매수가 따라주지 않았던 셈.
이번주에도 역내 NDF정산관련 매물이 10억달러를 넘는 가운데 역외세력의 매수세 재개 여부가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 엔화 약세에 따라 매수세를 재개하며 1,300원/1,302.50원에 마감된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한 시장관계자는 엔/원이 1,020원대로 빠짐으로써 낮아진 수준을 활용, 선물이나 옵션을 활용한 매수세력의 등장을 달러수요의 재료로 점치고 있다.
매수세력의 활동여부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의 네고물량 등 여전히 시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물량의 존재는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이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이번 주에도 박스권 거래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5월부터 이어져온 1,300원을 중심으로 위아래 20원의 큰 박스권은 유효한 가운데 시장분위기에 따라 더욱 좁은 범위에서의 활동으로 제한되고 있다.
[표] 은행권 딜러 환율전망치 (2001. 7. 9∼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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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러 전망치 전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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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 고상준대리 1,290∼1,303 7. 7
조흥은행 김병돈과장 1,290∼1,305 7. 7
기업은행 김성순계장 1,290∼1,305 7. 7
보스톤 김영천지배인 1,290∼1,305 7. 6
국민은행 김진권계장 1,288∼1,300 7. 7
한빛은행 박시완대리 1,290∼1,310 7. 7
스탠다드 안희준차장 1,290∼1,300 7. 6
ABN암로 윤종원차장 1,293∼1,300 7. 6
체이스 이성희부지점장 1,290∼1,300 7. 6
HSBC 이주호부장 1,288∼1,300 7. 6
주택은행 조성익대리 1,293∼1,303 7. 7
아랍은행 정운갑지배인 1,285∼1,298 7. 6
BNP 최영석부장 1,285∼1,300 7. 6
NAB 홍승모과장 1,287∼1,298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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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위: 원)
** 전망치는 소속기관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개인 의견임.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