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 2백43호 독수리는 철원 파주 연천 등 민통선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다. 보통 한 해에 20∼30마리만이 한국에서 월동을 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엔 그 수가 급격히 늘어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 겨울 8백여마리가 한국에서 겨울을 보냈다고 밝혔다. 과연 이 독수리들의 고향은 어디이며 왜 한국까지 오는 것일까. MBC TV는 10일 방송하는 창사 40주년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독수리의 긴 여행-바가가즈린에서 철원까지'를 통해 이런 의문에 대해 대답한다. 제작진은 독수리의 이동경로와 번식지를 알기 위해 1999년 3월 한국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독수리 두 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날려보냈다. 독수리에 부착된 발신기가 전파를 내보내면 위성이 이 신호를 포착하고 프랑스 기지국에 이를 해석해 제작진에게 e메일로 알려줬다. 제작진은 이 신호를 따라 몽골 동부 초이발산 지역을 찾았다. 그러나 독수리를 발견할 수 없어 독수리의 권위자인 몽골 국립대 동물학과 곰보바르타 교수를 방문,독수리들이 몽골 남부 바가가즈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바위산'이란 뜻의 바가가즈린 지역은 이름 그대로 바위산들이 작은 산맥을 이루고 있어 암벽에 둥지를 트는 독수리가 살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독수리는 다른 맹금류들과 마찬가지로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한다. 특히 하루 7∼8차례의 짝짓기를 통해 오직 하나의 알만을 낳는다. 독수리는 어렵게 얻은 알을 54∼56일 동안 암·수 교대로 정성스럽게 품는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는 다른 조류에 비해 둥지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다. 보통 석달 정도가 지나서 다 성장해야 둥지를 떠난다. 제작진은 겨울나기를 위해 둥지를 떠나려는 두 마리 새끼 독수리에 또 위성수신추적장치를 달았다. 이 독수리들을 추적한 결과 바가가즈린에서 출발해 이크가즈린(몽골),중국 랴오니성,북한 압록강의 수풍발전소 인근 등을 거쳐 철원에 도착하는 것을 알게 됐다. 남하하는 독수리의 대부분은 이처럼 어린 독수리로 먹이 다툼에서 밀려 한반도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최삼규 책임PD는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독수리들의 대부분이 텃새들의 극성과 먹이 부족,독극물 중독 등으로 죽어가고 있어 국제조류보호단체들로부터 '한국은 국제보호조류의 킬링필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