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장중 560선마저 붕괴되는 등 하락 늪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불어닥친 기업실적 악화 경고음에다 호전되는 듯했던 미국 경기가 고용과 실업지표 악화 소식에 접하면서 미국 경제의 보루인 소비부문이 균열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던져지고 있다. 올들어 여섯 번씩이나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경기방어에 나섰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였기 때문에 더 이상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적다. 통화정책 수단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다. 단지 경기회복 사인으로 금리인하효과가 나타나기를 고대했던 시선들은 독립기념일 휴일 전후로 터진 유럽기업들의 실적 악화 경고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면서 주가 급락 사태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나스닥지수는 나흘 연속 하락하며 2,000선 코앞까지 급락했고, 다우지수도 10,000선이 지지될 수 있을 지 의문에 접해 있는 상태다. 국내 경기나 재료 모메텀 부족 상황에서 '미국 주가 하락 = 외국인 매도'의 등식이 성립한 가운데 어김없이 동조화 하락방정식이 풀리고 있다. 외국인은 오전장 중 거래소에서 800억원을 넘게 순매도하면서 순매도 규모를 더 늘려갈 태세다. 매도가 1,800억원대로 늘었다. 선물시장에서도 2,000계약에 육박하던 순매수가 1,000계약 이상의 순매도로 바뀌며 지수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지수는 장중 560선이 붕괴되며 지난 4월 27일 이래 처음으로 550선을 밟았다. 코스피선물 9월물도 장중 70선 복원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돌아가자 외국인 매도가 더해지며 낙폭이 커지는 지경이다. 여기다 거래소 상장 종목인 코리아데이타시스템(KDS)의 부도설이 돌자 투자심리가 현격히 위축되고 있다.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일시 11시 29분 KDS의 매매를 일시 정지시켰다. 지수상으로 보면, 지난주 590선에 진입한 뒤 20일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580선이 붕괴됐다. 그래도 장기 120일 이동평균선인 577선이 지켜져 저가 매수 관점이 필요하지 않냐며 주말을 맞았다. 그런데 미국 나스닥과 다우가 추가 하락했고 외국인 매도가 증가되면서 하락갭이 출몰하며 560선마저 위태한 상황으로 밀렸다. 장기 200일선인 567선도 깨져 이제 모든 챠트가 붕괴된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현재 상태에서는 "일단 소나기를 피하라"고 말한다. 성장주나 가치주 모두에서 주도주가 사라지고 매수주체가 없는 국면이며 미국 등 세계 주가의 하락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수급락에 따라 저가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일단 급락세가 멈춰야 한다. 저점이 확인되면서 지지선이 설정되야 그래도 믿을 만한 언덕이 생기는 셈인데 아직은 좀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주식시장 약세에 따른 동조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성장주에 대한 실적 약화 우려가 예상보다 증폭되고 있어 추가하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지수 570이 붕괴된 상황에서 챠트가 모두 망가진 상황"이라며 "외국인 매도강도도 이어지고 있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상황에서 지수 저점이 550선인지, 500선까지 밀릴지 좀더 두고봐야 한다"며 "7∼8월은 쉬어가는 장으로 판단하고 저가메리트에 기대기보다는 다시한번 저점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선물옵션팀의 김지한 차장은 "헤지를 제대로 못한 상황이고 외국인이 매도를 늘리며 지수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나 미국 주가의 하락이 멈출 때까지는 보수적으로 대응한다는 자세를 갖고 일단 내일 나스닥 지수를 다시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