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구조본부장서 호텔리어 변신 장기택 < 서울힐튼호텔 부사장> ]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 출신이 호텔리어로 변신해 화제다. 구조조정본부장을 끝으로 24년 동안 몸담았던 쌍용그룹을 떠나 지난 2일 서울힐튼호텔 부사장에 취임한 장기택(56)씨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힐튼이 토착화된 호텔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문화적 경영을 해 나가겠습니다" 장 부사장은 "힐튼이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선진기법으로 경영을 잘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문화를 경영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장 부사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77년 쌍용중공업에 입사,그룹 뿌리인 쌍용양회의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끝으로 지난해 10월 회사를 떠났다. "쌍용에서는 영업 재무 구매 마케팅 생산 등을 두루 맡았습니다. 신혼 때도 한 달 이상 집에 못들어가고 밤샘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는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았을 땐 정말 괴로웠다고 회상한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가슴아픈 일들이 일어났다"며 잠시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장 부사장은 쌍용을 떠난 후 독서와 여행으로 소일하다가 8개월 만에 호텔리어로 거듭 태어났다. "제조업 출신이 서비스업에 뛰어든다는 게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덤볐습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다 투지를 합쳐 호텔리어에 도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힐튼 경영에서 그동안 한국인은 사실상 배제돼 왔다. 오너인 싱가포르 CDL이 임명한 사장과 브랜드 제공사인 힐튼호텔이 보낸 총지배인이 경영을 책임졌다. 그러나 한국인 첫 부사장이 영입되면서 이같은 구도에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장 부사장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경영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호텔이 나가야 할 방향을 잡는데 일조하겠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열린 호텔'을 만들어 갈 겁니다" 장 부사장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호텔이 생활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사원들에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라"고 늘 얘기한다. 이는 자신이 기업에 근무하면서 실천해온 좌우명이며 가훈이기도 하다. 호텔리어로서도 사심이나 복선없이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