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강한 달러 폐해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요즘같이 세계 경제가 어려운 때는 강한 달러가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강(强)달러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비판론 때문인지 달러화 오름세는 약간 주춤해졌다. 달러가치는 10일 런던시장에서 엔과 유로화에 대해 각각 달러당 1백25엔 초반,유로당 0.85달러선으로 소폭 떨어졌다. ◇높아지는 강달러 폐해론=그동안 강달러 폐해론은 주로 미국내에서 거론됐다. 미 기업들과 언론은 달러 강세가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낮추고 있다며 정부측에 강한 달러 정책을 수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제 강달러 폐해론은 해외에서도 강력히 제기돼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선진10개국(G10)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에드워드 조지 영국중앙은행총재는 "달러 강세로 유럽과 미국 등 세계가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미국의 강한 달러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총재 등 다른 참석자들도 조지 총재의 견해에 동조했다. 공식적인 국제회의석상에서,그것도 중앙은행총재들이 강한 달러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달러화의 평가절하(달러가치 하락)를 바라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강달러의 득과 실=미국은 강한 달러가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이 정책을 6년여전부터 고수하고 있다. 강한 달러는 해외자금의 미국 유입을 촉진,막대한 무역적자로 해외로 빠져나간 자본을 채워준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는 강달러 정책을 쓰고 있다. 강한 달러 정책을 통한 해외자금의 미국 유입은 미국 증시를 떠받치면서 장기 경제호황의 밑거름이 됐다. 또 강달러는 미국의 수입물가를 낮춰 전체 물가안정에도 기여했다.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강한 달러로 인한 자국통화의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득은 세계 경제가 좋을 때의 얘기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동시불황에 빠졌을 때는 강달러 정책은 득보다 실이 크다. 우선 미국에서는 강한 달러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해져 실적이 나빠진다. 실적악화는 주가하락을 초래,결국 경기 회복의 장애물이 된다. 유럽의 경우에는 강한 달러로 인한 유로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급등,인플레 우려가 높아져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펼치기 어렵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