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호텔에서 한국어 대신 영어를 써야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니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미국계 투자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재미교포 손모(31)씨. 그는 사업 관계로 매년 한달 이상을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 머문다. 처음 이곳에 머물게 됐을 때 손씨는 고국에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되도록이면 한국어를 사용했다. 다소 서툴긴해도 조국 땅에서 정깊은 우리말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가슴 흐뭇했다. 그러나 특급호텔에 어울리지 않게 만족스런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 화가 난 손씨는 더듬거리는 한국어 대신 유창한 영어로 항의를 했다. 그러자 종업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후로는 부탁하는 일도 순식간에 해결됐다. 이 호텔에서 외국인은 물론 칙사대접을 받는다. H사에 다니는 이모(33)씨는 얼마전 휴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이 호텔에 들렀다. 남편의 도착이 늦어져 그녀는 혼자 커다란 가방을 두개나 든채 힘겨워하고 있었다. 이때 벨보이가 이씨 쪽으로 뛰어왔다. 그러나 짐을 넘기려는 순간 벨보이는 이씨를 그냥 지나쳐 뒤따라오던 외국인 여자 앞으로 다가갔다. 외국인 손에 들린 작은 손가방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국제화란 외국인을 무조건 떠받드는 건 아닐 것"이라며 "같은 돈을 받으면서 내외국인을 차별대우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고 흥분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